[동아시안컵] '공격의 중심 세운' 이정협, 승리의 '숨은 공신'

첫 골을 기록한 김승대(왼쪽에서 세 번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정협(왼쪽 두 번째). /사진=뉴스1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동아시안컵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 중심에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 이정협(24, 상무)이 있었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존재와 활동량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은 2일 중국 우한의 우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전반 44분 터진 김승대의 선제골과 후반 12분 나온 이종호의 추가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총 4개 팀이 참가해 풀리그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첫 경기 승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한국은 공수에서 중국에 우위를 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기본적으로 골은 김승대와 이종호가 넣었다. 김승대와 이종호는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면서 골까지 터뜨리며 스스로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소속팀에서 선보인 활약을 대표팀까지 이어가며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카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날 승리의 숨은 공신을 꼽자면 이정협을 들 수 있다. 이정협은 이날 후반 김신욱(울산)과 교체되며 빠지기 전까지 83분을 뛰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정협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2선의 김승대-이재성(전북)-이종호(전남)가 활발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깜짝 발탁되며 스타로 떠오른 이정협은 이날도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정협의 행동반경은 최전방에 국한되지 않았다.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원톱 공격수인 이정협이 넓은 행동반경을 보이면서 중국의 수비진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표적인 것이 첫 골 장면이다. 이정협이 미드필드 측면에서 공을 잡았고, 이 공을 앞의 이재성에게 연결했다. 그리고 이재성은 가운데로 짧게 치고 들어간 이후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 공을 받은 김승대가 골을 만들어냈다. 어시스트로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첫 골의 시작점으로서 이정협이 관여한 셈이다.

이정협은 후반 37분에는 이종호가 측면 돌파 후 연결한 패스를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받았다. 이어 곧바로 가운데 있는 권창훈에게 찔러줬고, 권창훈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중국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이정협의 움직임이 나온 셈이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원톱에는 이정협을 기용했다. 이정협이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정협은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자연스럽게 한국도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