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까" 10전11기 박인비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기

박인비/ 사진=뉴시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3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2년여간의 도전 끝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인비는 또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벽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며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LPGA에 데뷔한 박인비는 2013년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그 해에만 'KPMG PGA 여자 챔피언십'(구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박인비는 이어진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등 그해 남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놓치며 안타깝게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실패했다.


대신 이듬해부터 시즌에 관계 없이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타이틀을 바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선수생활 중 어느 때라도 달성 가능해 그랜드슬램보다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미 2013년 3개 메이저대회를 연이어 우승한 터라 2014년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박인비는 지난해 LPGA 5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KPMG PGA 여자 챔피언십'에서만 우승했다. 특히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 우승이 필요했던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단독 4위,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공동 10위에 그치며 다시 한번 도전을 다음해로 미루게됐다.

올 시즌에도 좌절은 이어졌다. 6월에 열린 'KMPG PGA 여자 챔피언십'에서는 정상에 오르면서 이 대회 3연패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2013년 7월말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부터 시작된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 사이 메이저 대회를 2번이나 우승했음에도 10번의 실패를 맛봤다.

몇 번의 좌절 속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의문이 들었던 박인비는 11번째 도전인 '2015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 최초로 LPGA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전세계 LPGA 선수 가운데에서도 역대 7번째다.

또 LPG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인비 선수는 27년 21일만에 통산 7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같은 기록을 보유한 남녀 프로골퍼 가운데 3번째로 어린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10전11기 끝에 LPGA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운 박인비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이외에 다른 목표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빠른 시일에, 빠른 나이에 이렇게 큰 꿈을 이루게 돼 영광스럽다"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