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미룬 신동주…동생 귀국 견제?

신동주 前 롯데 홀딩스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 씨가 일본행 3일 오전 서울 방화동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3일 일본으로 출국하려던 계획을 바꿨다. 이에 따라 이번 경영권 갈등의 중심에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전 부회장간의 만남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2시35분 김포공항에 내리는 KE2708편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 부인 조은주씨는 이날 남편 없이 일본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조씨는 당초 남편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이날 오후 12시35분 전일본항공(ANA) NH864편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 전 부회장은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 내 여론전이 예상보다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 돌연 일본행을 연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9일 입국 후 신 총괄회장 육성 녹음과 지시서 공개,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 내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려 했으나 오히려 반감만 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하며 반기를 든 것은 신 회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지서와 음성녹음, 동영상 등을 잇달아 공개했으나 헐뜯기에 가까운 가족간 비방과 총수에게 모든 권력이 쏠려 있는 의사결정 구조 등 롯데그룹과 총수 일가의 후진성만을 노출시키며 빈축을 샀다.


더욱이 방송 인터뷰와 육성 녹취 등이 모두 일본어로 진행되며 한국말도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한국 롯데를 집어삼키려 한다는 국민적 반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반감은 일부 포털사이트 인터넷 카페를 통해 롯데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을 인식, 일본행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그간의 여론전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추가적인 여론전을 준비하는 동시에 이날 입국하는 동생 신 회장의 반격 카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간의 만남에도 어떤 식으로든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귀국 즉시 신 총괄회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 전 부회장이 출국을 미룬 것은 신 총괄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두 사람의 만남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일정 변경없이 이날 오전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하는 KE2708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은 귀국 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번 경영권 갈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