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과 동기 변호사' 선임 이완구 前총리, 재판부 바뀐다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홍봉진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65)가 재판부와 연고 있는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다른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이 이른바 '전관예우'를 비롯한 연고주의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은 이후 처음 나온 조치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이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기존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에서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로 다시 배당했다고 밝혔다. 엄상필 형사합의 21부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이상원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사건도 형사합의21부에서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현용선)로 교체했다. 마찬가지로 엄 부장판사와 동기인 최종길 변호사가 김 전 처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다만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건은 그대로 형사합의23부가 맡기로 결정했다. 홍 지사가 당초 현용선 형사합의23부 부장판사와 동기(24기)인 이철의 변호사를 선임해 논란이 일었으나 이후 변호인 선임을 철회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형사합의부 사건 중 재판장과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을 요청하는 방안을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이 재판부와 연고를 이용해 유리한 판결을 얻어낸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전관예우나 연고주의 논란이 종식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형사합의부 재판장과 연고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보이면 적극적으로 사건을 재배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각각 홍 지사는 2011년 6월쯤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 측에서 1억원, 이 전 총리는 재보궐선거를 앞둔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김 전 보훈처장은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개발업체 아구스타웨스트랜드 고문으로 활동하며 기종선정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총 14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