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쉬운 해고' 지침 발표?…노-정 갈등 증폭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노동개혁 관련 향후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가 노동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쉬운 해고' 지침을 내놓으려하자 노동계에서 반발하는 등 노-정 갈등이 또 다시 증폭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2일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적 과제로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한 인사평가와 합리적 인사관리를 제안했다.


노동연구원은 자료에서 직무능력이나 실적이 떨어지는 이른바 '저성과자'에 대해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한 세 가지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자료집에 따르면 근로자 A씨는 1986년 입사해 2006년부터 영업본부 차장으로 고객상담 업무를 맡았으나, 2006~2008년 인사평가에서 매년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회사는 A씨를 직무능력 부진자 등의 능력 향상을 위한 '역량향상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측은 A씨가 이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데다 성적까지 최하위를 기록한 것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법상 가능한 징계해고, 정리해고 외에 저성과자를 퇴출하는 일반해고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노동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제시한 사례를 통해 "근로자에게 직무부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견을 냈다.

노동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4일 열리는 고용노동미래포럼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참석한다.

노동계는 이 보고서가 사실상 정부에서 준비 중인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의중이 국책연구기관의 보도자료 형태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더 쉬운 해고제도, 즉 일반해고제 도입의 명분을 쌓고 사회적 분위기를 몰아가기 위한 선전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말로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말하지만 실은 노사정위 복귀를 원치 않으며 이를 핑계삼아 강행처리를 하고 그 책임을 노총에 전가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노동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쉬운 해고가 아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튿날인 3일 오전에는 이기권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는 등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장관은 "쉬운 해고를 강행하려 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정부의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제도(일반해고)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법리와 대법원 판결이라는 기준선을 가지고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정 갈등이 또 다시 고조되면서 최근 꿈틀대던 노사정 대화 복원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은 실패로 끝나고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노동개혁이 본격화할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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