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은행, 즈푸바오 등에 철퇴…"너희가 은행이냐?"

중국 인민은행이 증시 신용거래 중 유난히 위험한 뇌관으로 꼽혔던 'P2P(개인과 개인 간 금융거래 중개서비스)'의 불법 확대를 막기 위해 내놓은 규제가 즈푸바오나 텐페이 같은 전자지불대행 서비스 전체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논란이 뜨겁다.


인민은행은 그러나 P2P가 불법으로 개인 간 자금 대출을 늘리는 것은 신용거래 리스크를 키우고 금융시장에도 위협적이어서 이번 기회에 확고하게 이를 바로 잡는다는 방침이다.

3일 북경청년보는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말 온라인 제3자 지불대행업체를 통한 고객 결제 한도를 1일 5000위안(개인 인증번호와 비밀번호로 결제할 경우), 연간 20만 위안(3750만원)으로 제한한 것은 온라인 지불대행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민은행은 비밀번호 없이 개인인증만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지불대행은 1일 한도를 1000위안, 연간 한도를 10만 위안으로 더욱 낮출 방침이다.

이 같은 규제는 회원수만 3억명에 달하는 즈푸바오(알리페이)는 물론 텐페이나 바이두 월렛 같은 지불대행 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지불대행 신규계좌 개설 시 고객이 제시한 정보가 경찰이나 세무서, 금융기관, 신용정보업체 같은 기관 중 3곳 이상의 고객 정보와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주문했다. 지불대행 계좌를 이용해 타인 은행계좌로 직접 돈을 보낼 수 없게 했고, 200위안 이상 결제는 반드시 은행이 따로 확인 문자를 보내도록 했다. 하나 같이 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진 조치들이다.


인민은행이 이처럼 지불대행 서비스를 적극 규제하고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고객 권리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면에는 중국 증시 거품의 주범으로 꼽히는 신용거래 중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P2P를 개선하겠다는 포석이 커 보인다.

개인과 개인 간 대출이나 투자를 성사시켜주는 P2P는 지난 5월 609억위안(11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중 상당금액이 증시로 흘러들며 신용거래의 또 다른 축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제도권에서는 정상적으로 대출받기 힘든 사람들에게까지 P2P가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고, 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며 증시 거품론의 온상이 됐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P2P로 일으킨 자금 중 최소 200억위안 이상이 증시에 흘러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민은행은 이 P2P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즈푸바오나 텐페이 같은 지불결제대행 업체로 몰려든 돈이라고 본다. 일례로 즈푸바오의 경우 연 7%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위어바오나 자오차오바오 같은 온라인금융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모인 자금 중 상당 부분은 P2P로 운용돼 불법 대출의 젖줄이 됐다.

인민은행은 "지불대행 업체가 고객의 돈을 모아 마치 은행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지불대행은 말 그대로 온라인 쇼핑 등에서 결제를 대신해주는 통로 역할만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제3자 지불대행 업체가 주제넘게 은행 역할을 하다가 금융사고가 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지불대행 업체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무분별하게 신용대출이나 융자 등으로 굴리다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심심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크 관리라는 개념조차 없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어바오나 자오차이바오 같은 단기금융상품은 철퇴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온라인 쇼핑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온라인 금융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제3자 지불대행인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온라인 금융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온라인 쇼핑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불대행이 온라인 쇼핑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지불 한도 제한은 곧바로 쇼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네티즌들은 "1일 한도 5000위안으로는 제대로 된 노트북 1대 조차 사기 힘들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인민은행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지불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80.1%의 개인 고객은 1회 구입금액이 5000위안을 넘지 않았다"며 "연간 한도 20만 위안을 넘은 고객도 전체 고객 중 1.5%에 그친다"고 밝혔다.

☞P2P란?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의 대출이나 투자가 성사되도록 중개를 해주는 금융서비스로 중국에만 1500개 업체가 넘는다. 은행 대출이 복잡한 서류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반면 P2P는 신속하고 간단한 절차로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 많은 중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