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성장실종에 대한 실망, 방어전략 필요

8월 첫 거래일에서 코스피, 코스닥이 동반해서 1% 이상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업종의 대형주들로 구성된 K탑30지수의 낙폭은 2%를 웃돈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에 대한 하향조정에 착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실종된 탓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익모멘텀이 나타나는 내수주에 대한 쏠림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3일 KRX(한국거래소)가 분류한 18개 섹터지수 중 1% 이상 낙폭을 기록한 업종은 10개에 이른다. 에너지화학 섹터지수가 6.02%로 낙폭이 가장 컸고 바이오텍,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이 1.97%에서 4.19%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 비은행금융, 철강, 보험, 정보통신 등 경기민감 섹터로 꼽히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강세를 보였던 섹터는 미디어통신, 소비자유통,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로 꼽히는 3개에 불과했다.

우울한 전망들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지난달 초 제시했던 2340에서 2250으로 하향조정했다. 구조적 내수부진에 환율절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로 성장모멘텀과 기업이익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중국·한국경제가 겪는 위기는 가격경쟁력 상실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유사하다"며 "2012년 이후 3년 반 동안 교역가중치와 물가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이 가장 많이 절상된 나라가 중국(21%)이며 한국이 16%로 2위"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엔화는 34%가 절하됐다.


또 "수출의 가격경쟁력은 상당부분 상실됐고 과다부채와 핵심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통화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제지표에 대해서도 수출/내수 모두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6월 산업활동에 나타난 실물경기의 특징은 조업일수 확대로 생산은 증가한 반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소매판매가 급감해 의도치 않은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라며 "2008년 12월 이후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재고율의 가파른 상승은 제조업 경기가 3분기에 재고조정 압력에 시달릴 것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또 "7월 통관일수가 전월대비 1.5일 확대됐음에도 7월 월간수출은 6월보다 오히려 감소해 월별 일평균 수출이 2012년 8월 이후 3년만에 최저치로 낮아졌다"며 "품목별, 지역별 수출에서도 하반기 수출회복을 기대할 여지가 거의 없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하반기 수출단가의 개선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투자심리 뿐 아니라 수급,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점은 최근 코스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008.49로 마감하며 지난 3월16일(1987.33) 이후 약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날 코스피는 심리선으로 여겨지는 20일 이평선(2048.98), 수급선인 60일선(2073.32), 경기선인 120일선(2058.42) 뿐 아니라 1년 평균선인 200일선(2011.14)까지도 밑돌았다.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한 때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기술적으로 지지선 역할을 하던 200일 이평선마저 무너지며 실망매물이 가세하고 있다"며 "그간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중소형주들도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수급과 투자심리 모두 악화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장안정을 확인하면서 실적모멘텀이 유효한 업종/종목으로 제한적 접근을 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당부했다.

이외에 증권가에서 상대적으로 유망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꼽는 업종으로는 시중금리 이상의 배당을 지급하는 배당주와 미디어, 게임, 레저, 통신, 내수소비재 업종 등이 있다. 대외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