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동빈, 어떤 카드로 반격할까?

일주일 만에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반격카드에 관심이 집중된다. 친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입국한 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마음을 잡는데 주력한 기간에 신 회장은 일본에 머물며 우호세력 확보와 반격 구상에 주력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아버지의 뜻'이 아닌 '법적 절차'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법적 절차를 밟아 경영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번 분쟁을 통해 드러난 '황제경영', '전근대적 조직'이라는 롯데그룹의 적폐를 해소할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리더 지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아버지와의 만남 5분 만에 끝나= 신 회장은 3일 오후2시30분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신 회장은 도착 직후 "이런 일이 일어난데 대해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롯데그룹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경영권 분쟁에 대해 사과했다.

"지분구조는 여기서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고 말한 신 회장은 공항에서 곧바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만났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 첫 대면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불과 5분 만에 끝났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이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귀국 인사를 건네자 신 총괄회장은 "어~"라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간의 만남에서는 경영권 갈등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귀국 인사 외에 다른 대화는 가족간 개인적인 내용 이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시간을 두고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돌리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친형 신 전 부회장과 이복누이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의 일방적 공세로 마음이 닫힌 아버지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동시에 흐트러진 그룹 분위기를 진화하고 자신이 '원롯데'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데 발 빠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우호세력 확보를 위해 귀국을 미뤘지만 일단 귀국한 만큼 국내 롯데 장악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관계 불신 해소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간 분쟁이 '골육상쟁'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까지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등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재벌그룹이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연일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함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역겨운 배신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권 관계자, 협력업체 대표 등을 만나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형 신동주에 대한 법적 대응도?=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신 회장이 지난 6월 중국사업 실패로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뺨을 맞았다는 신 전 부회장 언론 인터뷰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영상공개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이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왜곡되고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그룹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는 게 그룹 내부 반응이다.

하지만 법적대응은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 형제간 싸움을 넘어 신동빈 대 반(反)신동빈으로 나뉜 다툼이 법정으로까지 옮겨지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 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과 달리 개인적 분쟁은 가족 간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법적 대응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