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증시, 5주 만에 재개장 후 사상최대 낙폭

그리스 증시가 5주 만에 재개장한 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낙폭으로 마감했다. 그리스 채무위기로 전정긍긍해온 투자자들의 우려가 뒤늦게 시장을 강타한 것으로 증시안정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그리스 아테네증권거래소(ASE) 종합주가지수는 장초반 일시적으로 전장인 지난 6월26일 종가보다 22.8% 떨어졌다가 장중 낙폭을 줄였지만 사상 최대 낙폭인 16.23% 하락한 668.06으로 마감했다. 아테네증시의 낙폭은 지난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 사태 당시 기록한 15.03% 하락 마감 이후 최대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가 수개월 간 겪은 정치적 급변에 대해 시장이 뒤늦게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그리스 정부와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 간 3차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도 내분 위기로 홍역을 앓았다. 아테네증시는 지난 6월 26일 거래를 마감한 이후 발표된 자본통제 조치에 따라 6월 29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그리스의 채무 위기로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시중 대형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중은행들인 내셔널뱅크와 피레우스뱅크는 하한가(30%)까지 추락했고 알파뱅크와 유로뱅크 도 29% 이상 폭락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0일 은행 영업을 부분적으로 재개했지만 증시 휴장은 지속했다. 지난달 말 유럽중앙은행(ECB)이 증시 재개장을 허락하면서 이날 5주 만에 재개장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제한 없이 아테네증시에서 거래가 가능하지만 그리스인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자본통제에 따라 국내 계좌를 통한 주식 현금화가 제한됐다.

아울러 폭락세가 전망됨에 따라 오는 5일까지 일시 거래중단 등 변동성에 따른 시장조치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며 공매도는 당분간 금지하기로 했다.

소크라테스 라자리디스 증권거래소장은 블룸버그TV에 "매도 압력이 높았는데 이는 논리적이고 누구나 예상했던 것"이라며 증시가 안정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실물경제 지표도 아테네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그리스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0.2로 전월의 46.9에서 급락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위축을 뜻한다.

필 스미스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의 채무 위기 여파로 제조업의 붕괴가 목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공장들의 신규 수주 규모가 사상 최대폭 감소한 것은 물론 공장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지도 못하고 있다”며 “자본통제로 인해 일반 사업 활동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