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새 걸 사지"…애플워치 고가 수리비에 소비자 '분통'

액정이 파손된 애플워치

#직장인 A씨는 최근 '애플워치 스포츠(38mm)' 제품을 43만9000원에 구매했다. 며칠 뒤 실수로 제품이 식탁에 부딪혀 액정 상단 부분에 금이 갔다. A씨는 수리를 위해 가까운 애플 AS센터를 찾았지만 센터 직원은 유상 리퍼(수리 대신 다른 중고품으로 교환)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상리퍼를 하려면 선결제로 34만6000원을 내라고 했다.

'아이폰'의 불공정한 AS(사후서비스)정책으로 약관수정 권고를 받은 애플이 '애플워치'에서도 '갑질' AS로 이용자 불만을 사고 있다.


국내에서 애플워치 수리를 맡길 경우 새 제품 가격의 70~80%에 달하는 리퍼 수리비를 선결제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고객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플워치 사용자는 제품 고장시 먼저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에 맡겨야 한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수리는 직접 하지만 액정파손 등 대부분의 결함은 애플진단센터로 넘긴다. 이때 공인서비스센터는 구체적인 수리 내역이나 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되는 최대 수리비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액정만 교체할 지 부품 전체를 바꿀지 정하지 않은채 무조건 예상되는 최대 수리비를 계산해 중고제품을 받는 대가로 '리퍼 수리비'를 내라는 것. 수리하고 남으면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애플워치의 리퍼 비용은 시곗줄(밴드)을 제외하고 ‘애플워치 스포츠' 34만6000원,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47만7000원. 38㎜ 기준 애플워치 판매가가 스포츠 모델 43만9000원, 스테인리스 모델 67만9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리퍼 비용이 제품가격의 70% 이상이다.

애플워치 스포츠(38㎜) 제품가격에서 밴드(6만5000원) 가격을 제외한 본체 값은 37만4000원. 이를 감안하면 리퍼 제품(34만6000원)과 새 제품의 가격차가 2만8000원에 불과하다.

애플워치 이용자 B씨는 "새 제품값에 버금가는 비용을 들여 리퍼를 받느니 차라리 고장 난 애플워치를 부품 값 정도 받고 팔고 새 워치를 사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도 이 같은 리퍼비와 선결제 방식을 고수해오다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관수정 권고를 받았다. 공정위는 수리가 끝나기 전에 먼저 돈을 받고, 수리 취소도 막는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의 약관이 현행 민법 조항에 비춰 고객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애플 서비스센터는 공정위 권고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시정권고를 따라야한다.

이용자 불만 고조에 공정위 '제동'까지 더해지면서 애플 서비스센터는 이달 들어 애플워치 리퍼비를 내리고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인하금액이 평균 5만원에 그치는 데다 여전히 선결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애플워치 이용자 C씨는 "지난달 중순에 애플워치 스포츠 리퍼비를 알아볼 때는 34만6000원이었는데 이달 들어 전화로 물어보니 다시 29만9000원에 해주겠다고 하더라"라며 "여전히 선결제해야 하고 비용도 큰 차이가 없어 워치 새 제품을 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애플수리센터 관계자는 "새 제품과 거의 같은 가격으로 리퍼비에 대해 말이 많이 나오면서 애플측에서 리퍼비 가격 조정을 했다"며 "애플 정책이어서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26일 애플워치 한국 출시 당시 서울 강남 스패셜티 스토어 분더샵 청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