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韓은행이 미얀마서 탈락한 속사정

"지난해 미얀마 은행 지점 설립 허가에서 한국 은행들이 모두 탈락한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 외국계 은행 지점 설립 허가를 내주면서 일본 3개 은행(미즈호, 미쓰비시도쿄UFJ, 미쓰이스미토모), 싱가포르 2개 은행,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각 1곳 등 총 9개 은행을 선정했다. 반면 지점을 따내려 심혈을 기울인 한국 은행들에게는 한 곳도 내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얀마에 진출한 한 기업인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많은 3곳이 선정된 일본 은행들은 미얀마가 제재를 받고 있던 시기에도 철수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면서 미얀마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일본은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이 혼연일체가 돼 체계적인 장기 계획 하에 유·무상 원조와 금융지원, 민간투자 등을 병행하는 '패키지 플랜'으로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 진출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 금융이 체계적 동반 진출 전략을 세우기는 커녕 각자 도생으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일삼는 한국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장기 전략 하에 대규모 원조로 접근하는 일본을 더 신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은행 지점 설립 허가를 받은 다른 은행 역시 미얀마에 수 십 년 동안 원조를 지속한 국가의 은행이었다.

일본 정부와 금융, 민간의 동반진출 전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는 미얀마 경제 중심지 양곤 인근에서 시행되는 '띨라와 경제특구' 개발이다. 띨라와 경제특구는 미얀마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일본의 미쓰비시상사·스미토모상사·마루베니 등으로 구성된 일본 컨소시엄이 투자해 기반시설, 공장건설 및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띨라와 특구는 향후 미얀마의 경제개발의 기폭제이자 미얀마에 진출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


양곤과 항만지역을 끼고 있는 광활한 전략적 요충지 띨라와 지역이 순수 일본 자본으로 개발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하는 국내 기업이 미얀마에서 입지를 다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미얀마 뿐만 아니라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른 동남아 지역 대부분에서 치밀한 전략 하에 진출한 일본 자본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2년 경제 제재에서 풀려난 미얀마는 최근 8%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국, 베트남을 잇는 동남아의 생산기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직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지만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인접국과 비교해 개발이 덜 된 국가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다. 기업과 금융의 효과적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만큼은 정부·은행·기업이 함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