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리가 일본기업이라고?"…공도 인정해야

정·관·민의 파상공세에 롯데그룹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고, 시민단체는 불매운동을 벌이며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소유 구조를 원점에서부터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올 연말 면세점 재허가도 백지상태에서 논의될 움직임이 이는 등 롯데그룹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곤혹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심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에 투자할 1960~70년대를 고려해야 하는데 당시 상황은 도외시한 채 일방적인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롯데호텔을 건립한 시기는 1973년인데 당시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며 "그 정도 규모의 투자는 당시 일본 외화관리법에도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32억2000만 달러로 신 총괄회장이 들여온 자금은 전체 수출액 대비 0.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이 5731억 달러임을 감안해 단순 비교하면 요즘 가치로는 52억 달러(6조940억원)에 해당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막대한 거액이다. 일본 정부가 순순히 반출을 허락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L투자회사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한국에 들여왔다는 것이다.

불매운동도 롯데그룹이 그동안 한국에 투자한 공로를 제쳐두고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만 부각시켜 사회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가 3년간 한국에서 배당금으로 1400억원을 가져갔다고 일본기업으로 매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올해도 내수경기 활성화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과거 수 십 년간 수 십 조원을 한국에 투자한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했다.

연말 면세점 재허가 심사에 이번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무언유화'(말은 없지만 화가 난 상태)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면세점 가운데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2곳이 연말에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전국 8개 롯데면세점 매장 중 연매출 2조 원으로 전체 면세점 중 1위인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과 연매출 4800억 원 정도인 송파구 신천동 월드타워점의 허가 기간은 올해 12월 끝난다. 예전에는 큰 문제가 없으면 허가가 갱신됐지만 2013년 개정된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허가 기간(5년) 만료 전에 경쟁입찰 평가를 진행,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업자가 사업권을 받는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면세점 재허가 심사 때 반영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 이전에는 제도가 바뀌어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롯데그룹이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힘든 상태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면세점 운영을 엉망으로 했다면 모르지만 다른 업체에 비해 가장 뛰어난 운영과 성과를 냈다"며 "정치권 움직임만으로 재허가가 위협받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또 다른 특혜시비를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