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성추행 고교 파문…설상가상 서울교육청도 내홍 휩싸여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외부 출신 감사관과 기존 감사관실 직원 간 갈등이 불거진 서울시교육청 모습. © News1

사상 초유의 교사 연쇄 성추행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시교육청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교사들의 성추행이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육청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출신 감사관과 내부 직원들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성추행 사건 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은 5일 교육청 K감사관의 퇴출을 주장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감사관이 서울 G고교의 교사 성추행 사건을 감사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시교육청의 K감사관은 변호사 출신으로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지난 6월 1일 부임했다. 노조는 "감사관이 부임한 이후 술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욕설과 고성을 자주하는 등 평소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G고교 감사에서는 일부 직원이 성추행 교사를 두둔한 것처럼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외부인사인 감사관과 내부 직원들 간의 갈등은 지난달 26일 서울 G고교의 피해 여교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표출됐다. 당시 감사관은 직원 2명에게 면담 자리에 배석하라고 지시했지만 직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감사를 책임져야 할 감사관이 일요일 대낮에 음주 후 감사를 실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고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감사관은 "지인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 몇 잔을 마신 것은 맞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해당 여교사들에게도 면담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정중히 양해를 구했고 여교사들의 동의 아래 정상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교사들도 감사관이 미리 말하지 않았더라면 술 마신 사실을 몰랐을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술 마신 표시가 안 났다고 한다"며 "취한 상태였다면 어떻게 4시간이나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겠느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K감사관이 G고교 성추행 사건을 감사하면서 감사팀에 시민감사관을 포함하라고 지시한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관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감사관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K감사관이 기존 감사관실 직원들을 인정하지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갈등을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청 감사관실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G고교 연쇄 성추행 사건 감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성추문 사건이 터진 G고교를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감사한 데 이어 지난 3일부터 추가 감사에 들어간 상태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성범죄 대책 마련에도 들어갔다.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는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감사와는 별개로 감사관에게 제기된 비판과 지적은 따로 경위를 조사해 필요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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