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출신 창업자?…기업가치에 마이너스인 이유

17일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프라이머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농담처럼 통용되는 기업가치 산정법이 있습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일 경우 15만 달러(약 1억7740만원)를 더 쳐줍니다. 반대로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 있으면 10만 달러(약1억1830만원)를 뺍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17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신이 창업하기 전에 알아야 할 세 가지'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MBA 출신 창업자가 기업가치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이유는 대학교에서 배우는 경영학은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 대기업용 경영 이론이라서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에 맞는 경영이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35살에 5개 회사를 창업해 이니텍과 이니시스를 보안·전자지불 업계 1위와 동시에 코스닥에 상장시킨 창업자다. 2010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후배 창업자들에게 전수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라이머를 창업,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선 창업하기 전 '내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은 이것을 좋아할 거야. 기존 회사는 못해. 나는 잘 할 수 있어.' 대부분의 사업계획서는 이같이 3문장으로 요약 가능하지만 권 대표는 이를 '삼단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랑에 빠지듯 비이상적·비논리적 상태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을 명제로 결론내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며 "하지만 모든 것들을 물음표로 만들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답을 찾는 게 스타트업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왜 고객이 내 서비스를 좋아해야만 하나? 기존 회사는 왜 못할까? 이미 시도해보진 않았을까?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이 의문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창업하기로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사업 아이템을 찾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순위가 뒤바뀌었기 때문. 권 대표는 "어느 순간 '이건 대박이야'라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아이템이 아니다"이라며 "특정한 고객의 특정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이것이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이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를 띄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줄기만 찾으면 된다"며 "이처럼 '사업은 쉽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이 존재하는 시장만 찾으면 여기에 맞는 아이템만 내놓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포괄적인 시장 규모 혹은 뻔한 첨단기술을 앞세우거나 갖가지 형용사로 치장 돼 있는 사업계획서의 특징은 특정 고객이 없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사업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 준비 과정을 사업으로 착각하고 그 본질을 잃게 되면 사업이 아닌 사업놀음이 된다. 예컨대 많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마케팅에만 열중하는 것을 사업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본질은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연구·개발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공 요인은 도전·열정뿐만 아니라 지금 대기업들이 잃어버린 것, 즉 '고객 만족'을 충족시켰다는 점"이라며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놀랄만한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