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홍콩 키워드는 '예술'…갤러리 투어가 대세

갤러리 페로탱에서 바라본 홍콩 센트럴/사진=김유경 기자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 늘 똑같은 야경일 것 같은데 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사진을 찍어놓으면 '틀린그림찾기' 놀이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올해 홍콩을 가본 사람들이라면 지난해와 달라진 걸 적어도 하나는 콕 찍어 낼 수 있다. 홍콩섬에서 스타페리를 타는 곳에 생긴 60m 높이의 대관람차다.


이 같은 변화가 홍콩을 찾을 때마다 다른 여행이 되는 이유다. 처음엔 패키지여행으로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지만 두 번째 여행은 친구와 쇼핑을, 세 번째는 럭셔리 미식여행으로 이어진다.

다음 여행의 테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요즘 홍콩은 아트 쇼핑에 푹 빠졌다. 중국출신 아티스트들의 활약과 더불어 미술시장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홍콩 정부는 '넥스트 홍콩'을 완성할 키워드로 '예술'을 선택했다.

영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화이트큐브, 프랑스 페로텡, 미국 가고시안 등 세계 각국의 주요 갤러리들이 홍콩에 경쟁적으로 지점을 열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홍콩관광청이 소개한 홍콩의 갤러리투어를 따라가 봤다. 홍콩 갤러리투어는 시내 한복판,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금싸라기 지대인 센트럴에서 즐길 수 있다. 쇼핑과 미식여행, 갤러리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화이트큐브에 전시된 작품/사진=김유경 기자

갤러리 페로탱에 전시된 작품/사진=김유경 기자

첫 방문지는 코노트로드 센트럴 50번지 빌딩에 위치한 화이트큐브다. 화이트큐브는 영국 젊은 예술가 그룹의 작품을 선보이는 현대 미술 전문 전시관인데, 아시아의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 홍콩에 문을 열었다. 2층으로 구성된 갤러리는 3개의 독립된 전시실을 갖추고 있고 화이트 큐브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2~3개월 주기로 전시된다.

같은 건물 17층으로 올라가면 갤러리 페로탱이다. 넓고 깔끔한 전시장에서 멋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망도 좋아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갤러리다. 전위적인 실험예술 작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갤러리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무라카미 다카시, 마우리치오 카텔란, 소피 칼 등이 있다. 무라카미의 경우 신진 아티스트로 발굴돼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페로탱 갤러리의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작품은 4~6주마다 교체한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로 이동해 작은 디자인 숍들을 지나 헐리우드로드를 따라 걷다보면 스타벅스 콘셉트 스토어가 나온다. 홍콩의 유일한 가스등이 서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아티스트들의 아지트로 통한다. 여기서 1960년대 홍콩의 낭만을 즐긴 후 페더빌딩으로 이동해보자. 페더빌딩에는 '가고시안'을 비롯해 '펄램', '리먼 머핀', '사이먼 리', '벤 브라운 파인 아트' 등의 갤러리가 몰려있어 '홍콩의 갤러리 빌딩'으로도 불린다.

홍콩 골동품 거리/사진=김유경 기자

홍콩 소호 골목에서 발견한 그라피티/사진제공=김유경 기자

갤러리 외에도 소호(SOHO)와 포호(POHO) 일대 거리는 골동품 상점, 디자인숍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골목 벽면에는 무명작가들이 몰래 솜씨를 뽐낸 그라피티들도 많다. 특히 새로 생긴 복합 문화공간 피엠큐(PMQ·Police Married Quarters)는 신진 예술가들의 요람이 되고 있다. 경찰 기숙사를 개조해 지난해부터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업실 겸 사업장으로 저렴하게 대여해주고 있다.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이 연상되는 곳으로 100여 개 매장에서 미술품과 옷, 액세서리, 디저트 등을 판매한다.

홍콩이 이처럼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이 2013년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올해 3월 열린 '홍콩아트바젤'에는 37개국 233개 갤러리가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오는 10월 8~11일에는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 쇼가 개최되는데 17개국 60여개의 갤러리에서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14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복합 문화공간 피엠큐/사진=김유경 기자

홍콩관광청 관계자는 "홍콩은 동남아와 동북아의 중간 거점이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특히 면세지역이라 아시아 예술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센트럴 맞은편, 서구룡 반도의 메마른 땅은 곧 유례없는 세계 최대의 예술섬으로 변모될 예정이다. 홍콩은 25억 달러를 투자해 서구룡 문화지구(WKCD)를 조성하고 있다.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의 대표를 역임했던 마이클 린치의 지휘 하에, 노먼 포스터의 디자인으로 완성될 WCKD는 세계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비견될 M+미술관과 다목적 전시장, 콘서트홀과 광둥 오페라극장 등 15개의 다양한 공연장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