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학교, 색다른 졸업식…"내 일은 내가 찾는다"

지난 22일 서울 동그라미재단에서 '내일학교' 졸업식이 진행됐다.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색다른 졸업식이 열려 화제다.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탐색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 '내일학교' 졸업식이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동그라미재단에서 개최됐다.

내일학교는 '내일(tomorrow)의 내 일(my job)을 준비한다'는 모토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본부장 이수민)와 내일교육연구소(대표 김영광)가 공동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제1기 내일학교는 서울지역 특성화고인 동구마케팅고와 서울디자인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이중 30명을 선발해 운영됐다. 총 6개팀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기회 찾기 △내 일 계획 수립 △내 일 만들기 실습 △사례 공유 등의 과정을 통해 진로 탐색을 체험했다.


이수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본부장은 졸업식에서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피곤하고 땀만 흘려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안에는 가슴 뛰게 하는 내용이 숨어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품어오던 꿈을 이루는 것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과 일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내일학교'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일교육연구소 김영광 대표도 "학생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 생각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생각, 재능, 가치관을 갖고 있더라"며 "주변 친구들과 함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각 졸업생들의 프로젝트 결과발표회도 진행됐다. △영디보이즈(서울 디자인고) △동구라미(동구 마케팅고) △THOU(서울 디자인고) △HELPER(동구 마케팅고) △미쁜아띠(서울 디자인고) △위캔플(동구 마케팅고) 등 총 6개 팀이 참가했고 7주간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졸업생들의 프로젝트가 모두 원만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참가학생 모두 시행착오를 거쳐 초반에 세운 계획을 빈번히 바꿔야 했다. 노숙자들에게 여행가이드 업무를 맡기자는 아이디어를 낸 'HELPER' 팀은 프로젝트 진행 시간과 현실적인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계획을 틀어 작은 목표부터 이루자고 마음 먹었다. 이들은 동구마케팅고 학생들에게 석식을 제공할 수 있는 도시락 유통 프로젝트 진행에 착수했다.

동구마케팅고 최아언 팀장(16)은 "노숙자 가이드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일단 주변의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녁을 굶는 학생들이 많다는 문제 제기에 일단 도시락 수요도 조사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참가한 성초원 양(16)도 "결과만을 바라보며 언제나 달려왔는데, (내일학교를 통해)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내일학교 졸업식에서 '미쁜아띠' 팀이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서울디자인고가 운영한 '미쁜아띠' 팀은 한복의 대중화라는 주제를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일본의 '기모노', '유카타'에 비해 대중성이 부족한 한복을 어떻게 하면 널리 보급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저렴한 원단을 구매해 직접 제작하고 홍보까지 진행했다. 지난 5월 30일에는 공유 서울박람회에 참가해 부스활동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내일학교 프로젝트에는 든든한 멘토들도 참여했다. 대학생 동아리인 '드림스타'가 멘토 역할을 자처에 학생들과 끝까지 함께 했다. 드림스타는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조언과 상담자 역할을 맡았다.

드림스타 배호연 씨(가톨릭대)는 "아이들의 열정에 오히려 배울 점이 많았다"며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고쳐가는 모습에 감동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일학교에 참가한 서울디자인고 송윤정 교사(패션디자인과)도 "뜬금없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본인들의 전공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어떻게 아이들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내일학교 참여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내일학교는 공동 주관기관인 국민연금공단, 내일교육연구소 외에도 동그라미재단, 테크빌닷컴(주) 등 다양한 기업(단체)이 참여해 공공과 민간 협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표본을 보여줬다.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