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 '7935억'vs '6000억대' 이견…합의 불발

금호산업 채권단이 27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에 제시할 금호산업 매각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일부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제안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가격 부의에 실패한 것이다.


◇채권단, 8000억대 안팎 '제값 받자' vs 6000억대 후반 '빨리 팔자' 입장 갈려

산업은행은 이날 회의 후 "7935억원으로 박삼구 회장에게 가격을 제시하자는 채권금융사와 연내 매각을 위해 박삼구 회장과 추가 협상을 통해 기존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도출하자는 채권금융사가 맞섰다"며 "현재까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기관들의 의견을 받아 더 많은 금융기관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산업은행을 포함해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22개 채권단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금호산업지분 50%+1주(1732만주)에 대한 매각가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한시간 여 가량 열린 회의를 통해 중지를 모으지 못했다. 우리은행 등 일부 채권금융사가 조속한 매각을 이유로 6000억원대 후반의 가격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7935억원(주당4만5485원)으로 매각가격을 부의하려던 산은의 의사가 관철되지 못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을 제안해 매각을 올해 내 끝내야 한다는 일부 은행의 주장이 있었고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22개 채권단으로부터 매각 희망가격을 받았고, 이 가격을 기반으로 이날 회의에서 7500억~8500억원 사이 '가결 가능한' 복수의 매각 가격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25일 미래에셋이 당초 제시한 가격(주당5만9000원)보다 낮은 주당 5만원(총 866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데다, 대부분의 채권단이 7000억대 후반~8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채권단 내 의견 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절반에 가까운 채권단은 산은에 결정을 위임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산은은 75%(의결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결의 가격을 가급적 이날 도출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매각가는 당초 채권단 중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제시한 1조213억원(주당5만9000원)과 박삼구 회장 측이 지난주 제시한 인수가격 6503억(주당 3만7564원)의 중간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합의되지 못했다.

◇미뤄진 가격 협상, 향후 일정은?

이에 따라 매각 가격을 28일 부의한 뒤 이르면 내달 초 가격을 결의하려던 금호산업 매각협상 일정도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다음주 초까지 가격 제시를 아직 하지 않은 채권단들에게도 매각가를 모두 받아 '다수의 채권기관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매각가를 다시 합의할 예정이다.

지분율 기준으로 만약 7935억원에 찬성하는 채권단이 더 많다면 이 가격이 다음 주 중 부의 돼 상대적으로 빠른 결의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6000억원대 후반을 주장하는 측이 많을 경우 가격을 재논의해야 해 일정이 더 지연될 전망이다.

가격이 결의되면 결의가격이 박삼구 회장 측에 통보되고 박삼구 회장은 이 가격에 되살지 여부를 통보 시점에서 한 달 내 결정해야 한다. 박삼구 회장 측은 앞서 지난 20일 인수가격으로 6503억(주당 3만7564원)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