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화장품서 삼계탕 4만마리까지…회장님 선물경영

(왼쪽 상단부터)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직원들에게 설화수 윤조에센스 등 5대 글로벌 브랜드 대표 상품을 선물할 예정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직원 1만여명의 가정으로 삼계탕 4마리씩을 발송했다.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11년째 화이트데이 때마다 전 승무원들에게 사탕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설화수 홈페이지, 머니투데이DB, 금호아시아나 제공

대기업 회장들이 직원들에게 선물을 보낸다면 어느 정도 규모일까. 1만명에게 건네는 화장품 세트와 4만 마리의 삼계탕까지 가지가지다.


대기업 총수들의 선물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스킨십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142,800원 ▼3,700 -2.53%)그룹 회장이 다음달 5일 창립 70주년을 맞아 국내외 직원 1만여 명을 위한 특별선물을 준비했다.

서 회장의 선물 세트에는 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아모레의 5대 글로벌 브랜드의 대표 상품과 서 회장의 감사 편지가 함께 담길 예정이다. 선물 세트 1개의 소비자 가격은 17만4000원으로 1만개 제작에 17억4000만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05년 창립 60주년에는 넥타이와 스카프를 제작해 남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서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책 선물도 자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스킨십 리더'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월 포스코센터 앞을 찾아 출근하는 임직원들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격려와 함께 직접 간식을 나눠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직원 사랑으로 유명하다. 박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11년째 화이트데이 때마다 전 승무원들에게 사탕을 선물하고 있다. 출장 등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10,530원 ▼280 -2.59%) 여객기를 이용할 때마다 해당편 승무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돌리기도 한다.

박 회장은 딸의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산후조리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승무원에게 직접 100만 원어치 출산용품을 구입해 선물한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기내에 결혼을 앞둔 여승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내면세점에서 직접 진주목걸이를 구입해 축하 선물을 주기도 했다.

경영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주부이기도 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삼계탕, 목도리, 자녀 교육 도서 등을 선물하며 '어머니 리더십'을 대표한다는 평가다.

현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초복에 맞춰 계열사 전체 임직원 1만여명의 가정으로 각각 포장된 삼계탕 4마리씩을 발송했다. 또 평소에도 임직원들에게 자녀 교육의 지침이 되는 책이나 수험생 자녀를 위한 목도리, 여직원들에겐 여성다이어리 등을 선물하는 등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임직원들을 격려해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두산그룹 회장) 회장도 임직원들과의 '스킨십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사비를 들여 대한상의 팀장급 이상 70여명의 직원에게 갤럭시노트를 선물한 일화는 유명하다.

재계 미식가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010년 직원들에게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정 부회장은 책과 함께 보낸 편지에서 "이 책에 소개된 재료를 활용한 신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자"며 당부의 글을 남겼다.

회장님의 선물은 물론 공짜가 아니다. 열심히 일해 달라는 격려와 주문이 담겨있다. 물론 세심한 마음은 필수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회사는 정규직에게는 스팸세트를, 비정규직에게는 식용유세트를 선물했다. 식용유세트를 받으며 씁쓰레한 '장그래'는 적어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