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영 印泥대사 “청년들이여, 커가는 시장에서 도전하라”

외교부 대변인을 지낸 직후 동남아시아 최고의 경제성장국 인도네시아에서 대사로 부임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조태영 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사진)는 본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여러 한국 기업들이 청년 인재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취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몹시 안타깝게 여겼다.

조 대사는 최근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는 한국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다”며 “커가는 시장에서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시대인 지금, 그 중에서도 아세안(ASEAN), 특히 아세안 중에서도 가장 큰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기회를 찾는 것은 가치 있는 도전일 것”이라며 “우리 청년들과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윈윈’(win-win)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또 개인 창업과 중소기업의 진출에도 기회가 계속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지닌 IT(정보기술) 시장과 급성장하고 있는 소비시장 전반에서 경쟁력 있는 다양한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 우리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아 ‘미지의 땅’이 남아 있다”며 “양국이 상호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가 더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대사와의 일문일답.

-우선 인도네시아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소개해 달라.


▶인도네시아 시장은 아세안에서 가장 크고 탄탄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인구 약 2억5000만명의 세계 4위 인구대국이며 국토 면적도 한반도의 9배, 남한의 19배에 이르는 큰 나라다. 국내총생산(GDP)도 1조 달러를 향해 가며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경제성장률도 5%대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시장이 큰 나라다. 25세 이하 청년 인구층이 50%를 넘어 미래가 더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아세안 사무국도 자카르타에 있는 등 아세안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와의 교역 규모는 지난 2011년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가 최근 25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지만 인도네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교역 규모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상호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가 더 있을 것이다. 아직 미지의 땅이 남아 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무엇보다 질 좋은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증가했다. 중산층 규모만 200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듯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증가하면서 품질 선호 소비 성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제품은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으며 한류의 영향으로 선호도가 높다. 이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직결된다. 대중문화가 우리 기업, 우리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프라 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프라의 안전성을 고려해 기술력이 높은 한국 기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섬으로 이뤄진 나라인만큼 해양 인프라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배, 부두, 항해 안전시설 등이 필요하다. 조선과 인프라 건설 강국인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같은 기회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에 대사관 차원에서 인도네시아의 해양 인프라 건설에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국내 전문가들에게 용역 의뢰했다. 올해 안에 그 결과를 공개해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산과 비슷한 지역인 수라바야의 공립 청소년 도서관에 코리안 코너가 있어 찾아가 봤다. 10명 남짓의 어린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한국어 교육을 통해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인도네시아에 3곳이 있다. 그 중 한 곳인 자카르타 세종학당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약 700명이 수강을 했다.

한류 스타들의 현지 공연은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열리는데 매번 성황을 이룬다. 국내 작가의 웹툰을 400만명이 읽기도 했고, 현지 방송사들은 연일 한국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국내 한 백화점의 경우 한류 공연을 열면 내방객이 2배 증가한다고 한다.

대사관은 패션과 영화, 출판,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등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열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현지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와 함께 다양한 전시 및 공연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조 대사(맨 왼쪽)가 지난해 당선인 시절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오른쪽)을 예방해 당선을 축하하던 모습 / 사진제공=외교부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고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청년들에게 이곳에 와서 도전을 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물론 국내에도 좋은 일자리가 있겠지만 여기에도 한국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다. 커가는 시장에서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신흥시장, 아세안,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우리가 와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선진국보다 우리를 더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이전까지는 소비하지 않았던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 눈여겨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 청년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도전하고, 취업도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2200여개에 이른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증권사,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 금융사들도 대거 진출해 있다. 교민들이 운영하는 기업들도 많다. 우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국민 약 10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런 곳에 우리 젊은이들과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전망이 밝은 것은 IT 분야다. 인도네시아는 ‘트위터 공화국’이다. 동명의 영화가 히트를 쳤을 정도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많이 한다. 페이스북 이용자수는 6500만명(2014년 상반기)으로 미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이며 모바일 광고시장은 미국에 이어 2위다. 휴대폰 가입자가 2억5000만명으로 한 사람이 2대씩 가지고 있다고 한다. IT 분야에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다. 이미 이곳 온라인 게임 소프트웨어의 65%가 한국 기업의 제품이다.

국내 IT 기업들은 통신장비 분야에서 시작해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판매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메신저,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도 이뤄졌으며 앞으로 모바일 콘텐츠,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디지털 방송, 홈쇼핑 등의 분야에 진출이 유망할 것이다. 개인 창업과 중소기업 진출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흡한 통신 인프라와 규제 관련 불확실성 등은 위협요인으로 전략을 잘 세워 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에서 취업 또는 창업을 하거나 비즈니스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물론 대단한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말과 문화를 배우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 진출 기업들이 구직자에게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어 구사 능력과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해 보겠다는 끈기라고 한다.

기업들은 최근의 규제 변화 흐름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인도네시아는 외국 기업에 상당히 포용적인데 최근 제약이 강해지는 추세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보다 더 제약을 강하게 하거나 비상식적인 것은 아니다. 일자리 문제 이슈로 비자 발급 조건이 조금 더 엄격해졌으며 자원민족주의 영향에 천연자원의 경우 가공하지 않으면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최근 우리와 중국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중일 3국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화교 네트워크 토대가 이미 탄탄하고, 일본은 진출 역사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오래됐다. 그래서 이들 기업과의 경쟁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2200여개 기업들이 윈윈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오고 있고, 이 나라 사람들도 우리가 더 와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이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제철소 같은 경우 진출한 일본 기업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더 치고 나가는 것도 있다. 해외에서 타국과 경쟁이 치열해 지는 것은 인도네시아에서만의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