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엔 볼 수 있을까"…사라진 아이, 매일 고통인 가족

실종된 당시 김하늘군 사진(왼쪽), 김하늘군 현재 추정 모습./ 사진제공=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인천에 사는 정혜경씨(54·여)는 올해로 18년째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있다. 1997년 4월20일 경기도 의정부 집 앞에서 놀다 사라진 아들 하늘군(당시 4세)은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다.


여느 때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일요일이었다. 시장에서 함께 김밥과 떡볶이를 먹고 미역국을 해달라고 칭얼대는 하늘이를 위해 저녁거리로 미역과 소고기도 사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 하늘이는 거실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무릎이 아파 약을 먹은 엄마는 잠시 누워 깜빡 잠이 들었다. 그때가 하늘이를 본 마지막이다. 집 근처 어디서 흙장난이라도 하고 있을거란 생각에 찾아 나섰지만 아들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를 잃어버린 후 그간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 전단지를 돌리고 보육시설 곳곳을 뒤졌다. 길을 가다 자신이 뿌린 전단지를 발견하고 눈물을 훔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정씨는 "남들 발에 밟힌 전단지를 보면 마치 하늘이가 밟히는 것 같아 가슴이 무너졌다"며 "사람들 무관심이 야속해 버려진 전단지를 품고 수도 없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실종 한 달여 뒤 하늘이와 닮은 아이를 봤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안 타겠다고 울며 버티는 남자 아이를 택시에 강제로 태웠다는 내용이었다.

부부는 곧장 경찰에 내용을 말하고 목격 현장 인근 택시회사를 돌며 수소문했다. 하지만 제보 내용과 일치하는 택시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엄마는 또 한번 무너지는 가슴에 눈물을 쏟았다.

생계를 제쳐두고 아이를 찾는 동안 형편은 계속해서 나빠졌다. 살던 집은 불어난 빚에 넘어갔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부부간 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남편과도 2001년 이혼했다. 최근엔 개인파산을 신청했고 현재는 기초수급비로 간신히 살아간다.

지난해엔 하늘이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그대로 두면 병역기피자로 분류된단 병무청 방침 때문이다. 정씨는 "아들 이름이 빠진 등본을 볼 때마다 마음에 못이 박힌다"며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해져 3년 전부터는 약 없이 잠도 못 이룰 지경"이라고 울먹였다.

그렇게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곁에 있었다면 하늘이는 곧 군대에 갈 나이다. 엄마는 다시 한번 마음을 먹었다. 누군가 하늘이를 데려가 키웠다면 군대는 분명 보낼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정씨는 "하늘이가 먹고 싶어했던 미역국을 살아 생전 함께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며 "하늘이에겐 일자로 나란히 놓인 쌍가마가 있으니 누구든 쌍가마 있는 군인을 보면 꼭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실종된 당시 윤지현양 모습/ 사진제공=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윤봉원씨(54)는 매해 이맘때면 가만히 있다가도 자꾸만 눈물이 난다. 음력 8월1일이 생일인 딸 지현양이 그리워서다.

딸은 9살이던 1999년 4월14일 방과후 귀갓길에 사라졌다. 학교 선생님 차를 타고 경기도 오산시 아파트 앞에 내린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4년간 다니던 직장을 내팽개치고 5년 가까이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버스터미널·기차역 등 안 가본 데가 없다. 박대하며 쫓아내는 보육시설에선 문고리를 붙잡은 채 아이를 찾아달라고 목 놓아 애원했다.

돈이 떨어지자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장만했던 자그마한 집까지 팔았다. 용하다는 철학관에서 점도 보고 수차례 굿도 펼쳤다. 할 수 있는 건 다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지금까지 결정적 목격자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를 찾아다니면서 몰골은 '폐인'이 됐다. 술 없이 잠 든 적이 하루도 없다. 딸을 찾는 데 쓴 돈만 1억원이 넘어가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이렇다 할 직장 없이 술에 의지해 살게 되면서 아내와도 별거했다.

윤씨는 "지현이를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산다"며 "매일 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딸 아이만 떠올리면 그마저도 쉽지 않더라"고 했다.

16년이 지났지만 딸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돈이 있어야 아이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자리도 다시 잡았다. 일하는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역시나 전국을 떠돌며 딸을 수소문한다. 불어난 빚에 가진 집도 없지만 지금도 매달 100만원 정도를 지현이 찾는 데만 쏟아붓는다.

일년 중 가장 힘든 때는 9월이다. 올해로 25번째 맞는 딸 아이 생일은 다음달 13일이다. 이후 꼭 2주가 지나면 추석이 온다. 아버지 마음은 벌써부터 무겁기만 하다.

윤씨는 "남들은 연휴지만 내겐 더없이 슬픈 날"이라며 "이번 지현이 생일과 추석에도 혼자 보낼까 두렵다"고 걱정했다.

이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딸이 꼭 돌아올 거라 믿는다"며 "이제 뒷산에서, 고수부지에서 혼자 숨어 우는 일이 그만 되길 바랄 뿐"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정씨와 윤씨처럼 잃어버린 아이를 애타게 찾는 부모들은 전국에 수백명에 이른다.

◇실종아동신고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국번없이) 182 또는 112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02-963-1256
-경찰청 안전드림(Dream) 홈페이지: //www.safe182.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