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 폭등…"랠리 지속 어려워"

국제 유가가 글로벌 증시 랠리에 힘입어 하루 만에 10% 이상 치솟았지만 랠리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급 여건이 취약한 것은 물론 경제 기반도 유가 상승세를 떠받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10.3%(3.96달러) 오른 배럴당 42.56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폭으론 2009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영국 런던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배럴당 47.56달러로 10.2%(4.42달러) 뛰었다. 2008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글로벌 증시가 중국발 쇼크를 딛고 급등한 가운데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 송유관 2곳의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유가 급등을 자극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 이상을 생산하지만 정정불안 속에 송유관 파손과 석유절도가 횡행한다.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시기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원유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금리인상이 지연되면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기 때문이다.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는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 하락 요인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유가가 이날 큰 폭으로 올랐지만 시장에선 랠리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증권사의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원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가운데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원유시장의 강력한 랠리는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투기세력들은 여전히 국제유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데 큰돈을 베팅해뒀다며 이날 랠리를 유가 하락이 끝났다는 신호로 봐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의 반등이 지속되려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공급이 줄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미국 셰일업계의 산유량은 기대 이상으로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은 증산 경쟁이 한창이다.

강세론자인 폴 호스넬 스탠다드차타드 상품(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공급이 줄어야 원유시장의 강력한 랠리가 가능하다며 내년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63달러로 20달러 하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