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쏟아지는 채용 계획, 누굴 위한 것인가

인크루트는 2003년부터 13년간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기 전 신입공채를 준비중인 구직자를 위한 정보제공과 대응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채용동향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채용설명회를 통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채용 여력이 있는 상장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조사로 진행, 그해 채용시장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3년간의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채용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기업은 답보수준에 머물렀고, 특히 중견기업은 역대급으로 하락해 참담한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700여개 상장사 중 조사에 응한 872개사의 하반기 대졸신입사원 채용계획 조사결과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은 대기업은 53%에서 52%, 중견기업은 42.9%에서 33.6%, 중소기업은 34%에서 33.6%로 줄었다.


청년고용절벽 해소안 등 일련의 정부정책을 통해 일부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청년고용대책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했다. 여기에다 상반기 대한민국은 메르스발 타격까지 입었다. 중소기업은 더 떨어질 바닥도 없다.

한편 조사기간 이후 발표된 한화그룹 (2015.8.2 발표), SK그룹 (2015.8.5 발표), 롯데그룹 (2015.8.7 발표) 등 대기업의 대규모 신규 채용증원안과 관련한 인원은 이번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들이 발표한 일자리 대책에는 인턴, 교육생, 훈련생 등이 포함돼 있고, 2년 혹은 3년의 장기간에 걸친 채용계획이라는 점, 무엇보다 '대졸신입'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인크루트의 조사대상인 실질적인 ‘대졸신입사원’ 채용계획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답보 혹은 마이너스 채용시장에서도 기업의 채용에는 몇가지 특징이 보인다. 인사담당자 중 85.4%는 신입사원 채용시 전공을 고려하고 있으며 자연이공계열 57.2%, 인문사회계열 33.2%, 기타전공 9.6%의 순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스펙이 아닌 역량중심의 채용을 87.8%가 시행중이며 그 중 75.7%는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면서 정부, 기업, 구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정부는 대졸신입 일자리의 수적 불일치 문제부터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해결해야 한다. 발표되고 시행되는 정책들이 과연 배출되는 대학졸업생들을 커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 말이다. 대학까지의 교육과정을 마친 청년들이 직장을 갖고 일을 해서 소득을 얻고 그래서 세금을 내야 이 나라의 성장동력이 꺼지지 않는다. 실업문제로 지친 청년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분출되지 않는 것이 혹시 그들이 이 사회를 체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지경이다.

기업은 채용을 통해 선행투자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더 요구해야 한다. 투자가 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다. 채용도 마찬가지 아닌가? 21세기, 이 시대에 필요한 자원은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니라 '인재, 인재, 인재'임을 알지 않는가?


구직자는 '가고싶은 기업,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회에 우선 진출해야 한다. 기업은 신입사원에게는 가능성, 기초역량을 사고, 경력사원은 필요역량을 산다. 5학년, 취업재수를 한다고 취업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이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내최초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공동창업하였으며, 2014년 8월 취업학교를 개설했다. 저서로는 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이 있으며, 방송과 강의 등을 통해 채용과 직업에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18년이상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