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마다 시베리아로 떠나는 대학생들…이유는?

모두다인재

김현정 기자

한국-사하 대학생 포럼에 참가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한국외대 제공

#3년 전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왔었는데, 한국에 관심이 너무 많아서 올해로 포럼에 두 번째 참여하고 있어요. 한국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생겼고, 한국의 문화·경제·정치에 대해 알게 돼 좋았어요. 내년에는 제가 졸업할 것이라 못할 것 같지만 친구들한테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거예요.(아르텸 예고로브(Artyom Egorov) 북동연방대학교 경제학과 4학년)

여름 최고기온과 겨울 최저기온의 차이가 무려 100도를 넘는 동시베리아 지역 사하공화국, 한국의 30배에 이르는 크기로 러시아 연방 내에서 가장 넓지만, 인구는 10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이 자치공화국의 유일한 종합대학인 북동연방대학교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해마다 방문하고 있다. 인종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라는 공통점을 안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진행된 한국-사하 대학생 포럼에 대한 설명이다.

포럼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도 사하에는 한국 봉사단이 파견됐지만, 태권도 시범이나 한국어 가르치기 등의 단발성 봉사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오랜 시간 사하와 한국 사이의 교류를 위해 노력해 왔던 강덕수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자의 교류를 시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강 교수는 "최근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면서 세계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돈으로 얻는 우호적 관계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 식의 외교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 간 대학생 포럼은 공공외교의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채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국가가 되려면 각자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학생들은 2013년부터 매년 여름방학 동안 현지에서 그곳 대학생들과 포럼을 진행하게 됐다. 아울러 20년 전에 설립된 '사하-한국학교'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시골을 찾아 한국어 및 한국문화 알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그 동안 대학생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도상국에 머무르며 일방적인 인력봉사활동을 하는 방식을 탈피해 보고 싶었다"며 "미래를 바라보며 양측이 고민해야 할 논제들을 대학생들이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작년부터 한국에서 진행된 한-중앙아시아 청년모의정상회담에 사하학생들을 초청해 포럼의 경험을 더욱 발전시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 올해는 지난 8월 23일부터 경남 고성과 부산에서 경제, 문화, 자원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포럼에 참여한 양국의 학생들은 서로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레나 체메소바(Lena Chemezova)씨는 "러시아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좋은 사람들이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동석(한국외대 국제학부 4학년)씨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 나가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포럼을 통해 다른 지역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며 "해외에서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경제적으로 교류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