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고, 시간 빼앗기는 소송? 대신 이것이 있는데…"

김승열 변호사/사진=이태성 기자

"점점 바빠지는 세상인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판으로 모든 분쟁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조정이나 중재는 비용과 시간 면에서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법원의 민사소송은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보통 3주나 4주마다 재판이 열려 선고가 나오기까지 몇년이 결리는 경우가 많고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변호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법무법인 양헌의 김승열 대표변호사(54·연수원14기)는 중재, 조정 등 ADR(대체가능한 분쟁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제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중 중재는 당사자 간 합의로 법원의 재판 대신 중재인의 판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이미 기업 간 국제 상사분쟁에 있어서는 재판 외의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상가권리금, 주택임대차, 대여금 등 뿐만 아니라 의료, 노동 등 전문분야와 관련된 각종 다툼도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분쟁을 빨리 해결해주는게 중요하다"며 "법원보다 중재 쪽이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적고 절차도 유연해 제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도 대한상사중재원 등 중재를 위한 기관이 20여개 있으나 활용이 잘 안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중재 제도를 이용해보면 결과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며 "중재의 장점이 잘 드러나야 중재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중재제도 등을 비롯한 ADR 제도를 다룬 '기업법률분쟁과 조정·중재'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국내 ADR 현황 소개와 중재 절차에서 변론 진행 등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조정·중재 제도가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까지 제시해준다.


김 변호사는 이 책에서 특히 "ODR(Online Dispute Resolution, 온라인 분쟁해결)이 최근 추세"라며 "UN차원에서도 이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사이버 중재심판정 등을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무부에서는 중재산업을 양성하겠다며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내놨다. 이 법은 중재 활성화, 분쟁해결시설의 설립･운영 및 재원조달에 관한 사항 등 국가의 중재산업 진흥계획 수립의무를 규정했다. 법무부는 이 법의 도입이 분쟁해결 비용 감소를 가져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제중재 사건을 국내에 유치할 경우 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한국이 싱가포르 수준(연간 230건)으로 국제중재사건을 유치할 경우 약 6000억원 상당(25억×230건)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의 이같은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재인의 전문성, 공정성만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면 중재산업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20년 이상 중재인으로 활동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중재 업무를 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국가적으로 특히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중재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