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고공행진 지속… 8월 5대은행 4.5조 급증

주택담보대출이 이번달에도 급증세를 이어갔다. 전세가격 부담과 저금리로 실수요 중심의 주택거래가 늘어난 때문으로 파악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부 가계부채 대책으로 분할상환 부담을 피해 올해 중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경우 대출 증가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30일 머니투데이가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개 시중 은행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말(27일 기준) 5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94조1152억원으로 7월말보다 4조4765억 더 늘었다. 이는 7월 한 달 간 증가액인 5018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는 안심전환대출과 관련, 7월 은행 주담대 잔액에서 유동화된 액수가 빠져나간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빠른 증가 속도로 파악된다. 주요 은행 중 8월 잔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난 은행도 2곳에 달했다.


주담대가 늘어난 배경은 일차적으로 올해 주택매매 거래가 늘어난 때문으로 파악된다. 전세난에 지친 주택 실수요자가 저금리를 틈타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5~6월 사이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한 주택구입자가 2~3개월 뒤 잔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주택거래량 증가가 주담대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3월 이후 매달 10만건을 상회했다. 6월 거래량이 11만383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50.1% 늘어난데 이어 7월에도 11만675건으로 43.2%의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이후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대출 수요를 늘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평균 주담대 금리는 7월 2.96%로, 2013년 3.86%이나 한 해 전 3.53%나 올해 1월 3.34% 보다 하락했다.


정부 가계부채관리방안이 내년 시행되기 전 미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등장할 경우 증가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원리금을 미리 나눠 갚는 원리금분할상환 유도를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3년이나 5년 동안 이자만 갚고 그 이후 원리금을 같이 갚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내년부턴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야 한다. 매달 상환할 능력이 없을 경우 올해 중 주담대를 받아 놓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번달 아파트 매매가는 비수기임에도 예년에 비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월 대비 0.55% 오르며 2003년(1.19%) 이후 8월 중 가장 크게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매시장의 경우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 실시 전 매수세와 저금리 기조 등으로 실수요와 월세 수익을 기대하는 중소형 평형의 매매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들이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에 앞서 절판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은행권 여신담당 부행장들과의 '금요회'에서 "은행들이 이른바 절판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