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4대강?" 오색케이블카 사업 논란 확산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강(4대강)'을 망친 정부가 '산'(설악산)까지 망치려고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국립공원 고속개발을 부채질하는 촉발점이 될 것이다."


3번째 도전 만에 사업 승인이 떨어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뜨겁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법정 싸움까지 예고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조건부 승인'의 취지를 살린 엄격한 사후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는 지난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승인했다.

오전10시에 회의를 시작해 당초 오후2~3시까지 예정된 회의일정이 오후7시 넘어 끝날 정도로 격론이 오고 갔지만 무기명 표결을 진행한 결과 12명이 '조건부 승인'을 찬성해 결론이 났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60억원을 투자해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 그린야드호텔 인근의 하부정류장에서 '끝청'(상부정류장)을 잇는 노선 길이 3.5㎞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강원도·양양군은 내년 3월 착공해 2017년 말부터 시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1520억원(생산유발효과 1077억원·부가가치유발 443억원·고용유발 935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정 싸움까지 예고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색케이블카는 둘러싼 환경훼손 논란은 이 사업이 이미 2차례나 '퇴짜'를 맞았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1차 신청(2012년)때 상부정류장 예정지가 아고산 식생대로 보전 가치가 높고 대청봉 스카이라인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부결'됐다. 2차(2013년) 때는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비록 강원도·양양군이 노선을 변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대청봉과 약 1.4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은 환경훼손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표결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 및 민간 인사 각 10명으로 구성된 국립공원위는 회의 당시 참석위원 17명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지금까지는 위원 간에 이견이 있더라도 최대한 절충해 합의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정부 인사가 더 많이 참여한 상황에서 관례를 깨고 표결에 부친 것이다.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제2의 4대강'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수질이 개선되고 경제효과가 40조원이라며 무려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은 녹조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경제적 효과를 앞세운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되돌릴 수없는 환경훼손의 촉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건부 승인'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7가지 부대사항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는 "사업이 승인이 난 이상 환경훼손을 최소화해 친환경적으로 설치·운영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체계적인 사후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과련, 이민호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사업 승인 조건에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공동관리를 명시했다"며 "다양한 방안을 활용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도록 관리·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