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中열병식 참석…대권 ‘존재감’ 드러낼까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AFP=뉴스1 / © News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3일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抗日)전쟁·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키로 발표, 잠재적인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승절·열병식 참석과 관련해 반 총장은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역사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2차 대전 종전 70주년 및 유엔 창설 7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면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토대로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 주석의 방중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은 오는 3일 시징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관전하게 된다.


특히 반 총장이 언급한 대로 올해가 유엔창설 7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인만큼 반 총장이 시 주석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창설의 목적 자체가 '두 번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인류에게 가져온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것'으로 중국이 전승절 열병식으로 내세우는 명분들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가 '2차 대전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세계평화와 번영을 추구 한다'는 열병식 명분을 강조하기 위해 반 총장을 시 주석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반 총장은 중국,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로 열병식 장면과 함께 전파를 타게 되고, 이는 우리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반 총장의 열병식 참석은 행사 이전부터 한중일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먼저 일부 일본 언론들은 반 총장의 전승절과 열병식 참석을 두고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엔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8일 "반 총장의 열병식 참석은 유엔의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중국 언론들은 반 총장이 28일 자신의 열병식 참석을 문제 삼는 일본 언론을 향해 "중국이 2차 대전 중 세계 인민을 위해 공헌하고 희생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자 감사하는 부분"이라고 논박했다면서 이를 대서특필했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일본이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열병식 참가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이는 천하의 큰 웃음거리"라고 논평했다.

우리 매체들도 반 총장의 열병식 참석을 놓고 벌이는 일·중 여론 간 대립을 보도하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반 총장이 열병식 참석을 둘러싸고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부상할 기회를 맞게 됐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최근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적합도·인지도에서 1위를 달렸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여론조사전문기업인 미디어리서치가 조선일보 등의 의뢰를 받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16명 각각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좋을 만한 사람인가' 등 대통령 적합도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2.1%가 '그렇다'라고 답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2.2%로 2위, 박원순 서울시장 39.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38.5% 순이었다.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반 총장은 응답자의 79.0%가 '알고 있다'고 답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문재인 대표 74.2%, 안철수 의원 72.5%, 박원순 시장 68.3% 등이 뒤를 이었다.

'반기문 대망론'은 외국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미국의 외교전문매체인 포른폴리시도 지난 5월26일 '반기문 대망론'을 싣고 "반 총장이 대통령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면서 반 총장의 대권가능성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 1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기자회견에서 차기대선 출마와 관련해 "한국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는 여론조사에서도 저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차기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언급 또한 없어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잠재적 유력후보'가 될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반 총장의 이번 중국 전승절·열병식 참석은 '잠룡(潛龍)'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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