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 매각가 7935억원보다 낮춰 연내 매각 추진

금호산업 (4,140원 ▼25 -0.60%)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에 되팔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7935억원보다 낮춰 연내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주 채권단 회의 안건처럼 금호산업 50%+1주(1732만주)에 대한 매각가를 7935억원으로 결의할 경우 박삼구 회장이 되사가지 못해 매각이 지연되는 걸 우려한 채권단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 측과 추가 협상에 나서 박삼구 회장이 사겠다고 희망한 6503억원과 당초 부의하려던 매각가 7935억원 사이의 가격을 도출해 다음달 중 가격 결의를 추진한다.

◇채권단 75% 이상, 협상가격 낮춰 연내매각 원해

31일 채권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22개 채권단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박삼구 회장 측과 추가 협상 후 7935억원보다 낮은 매각가를 도출하기로 했다.

이는 22개 채권단 중 의결권 75% 이상을 보유한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 측과의 재협상을 통해 7935억원보다 '현실적인' 가격을 다시 정해 연내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산은은 25일 받은 채권단의 매각 희망가격 중 의결권 기준으로 75%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7935억원'을 지난 27일 채권단 회의에서 매각가로 부의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채권단 회의에서 한 채권은행이 7935억원을 부의하는데 강력하게 반발한 가운데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가격 부의가 무산됐다.

이 채권은행 주장의 요지는 7935억원에 가격을 결의하면 박삼구 회장이 되사가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매각이 또 지연돼 금호산업 가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으니 애초에 박삼구 회장이 인수할 수 있는 더 낮은 가격을 정해 매각을 올해 내 끝내자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이 되사가지 않는다면 금호산업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는데, 올해 상반기 공개경쟁입찰에서 호반건설이 단독 참여해 결국 유찰됐듯 흥행 여부가 매우 낮다는 걸 전제로 한 주장이다.

이 채권은행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지난 27일 채권단 회의에서 채권단은 매각가를 결론내지 못했다.

이후 산은은 7935억원을 고수하는 방안과 박삼구 회장 측이 지난 20일 제시한 인수가격 6503억을 하한으로 해 이보다 높은 다른 매각가격을 정한 뒤 연내매각을 성사시키는 안 중 더 많은 채권단이 선호하는 안을 택하겠다고 밝혔고, 이 방침에 따라 후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채권단 재협상 돌입…연내 매각 위해 9월 중 가격 결의

이제 산은은 박삼구 회장 측과 추가 협상에 다시 나서 6503억원과 7935억원 사이에서 부의할 가격을 도출하게 된다.

산은은 더 많은 채권금융사들이 연내매각을 원하는 만큼 늦어도 10월 초까지 매매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일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정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9월 중순 이전에 부의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정해질 매각가격은 6900억원대 후반에서 7000억원대 초반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5일 가격 취합 때 파산신청을 한 한 재무적투자자(FI)가 박삼구 회장 측이 제안한 6503억원을 그대로 제시했고 그 다음으로 나온 매각가가 6900억원대인 걸 감안하면 이 부근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가격이 부의되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 이 가격이 결의되고, 결의 된 가격이 박삼구 회장 측에 통보되면 박 회장은 한 달 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이 가격으로 금호산업을 되사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한달 동안 박삼구 회장이 되사가기로 결정하지 않으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사라진다. 이후 채권단은 매각 통지 가격 이상으로 제3자에게 금호산업을 매각할 수 있고, 6개월 간 제3자에게 지분이 매각되지 못하면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되살아 난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4월 호반건설의 입찰시도가 무산되자 우선매수권을 쥔 박삼구 회장 측과 지난달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한달 간 평행선을 긋던 협상은 박삼구 회장 측이 앞서 지난 20일 인수가격으로 전달 내놓은 5900억원보다 높은 6503억원을 제시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