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무늬만 업무車' 세제개편안

업무용 차량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이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고가의 차량일수록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가 비용 인정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한 로고 부착여부도 크기와 위치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당장 국회가 나섰다.

31일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업무용 차량의 취득·임차비 손금(비용) 산입한도를 1대당 3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업무용 차량의 유지·관리비도 1년에 1대당 6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무용 차량의 과세 합리화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등 일정요건을 충족한 업무용 차량은 리스료와 통행료 등 승용차 관련 비용의 50%를 비용으로 인정해준다.

여기에 운행일지를 작성하면 사용비율만큼 추가로 비용을 인정한다. 기업로고를 부착한 차량의 경우에는 운행일지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비용을 100%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내년부터 약 7만명으로 추산되는 성실신고확인대상자에 한해 적용된다. 2017년에는 대상자가 약 126만명 가량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직후부터 제기된 논란 중 하나는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의 상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아무리 업무용이라고 하지만 취득경비 전액과 유지관리비 전액이 손금으로 처리되는 것은 조세형평을 이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기재부는 수차례 참고자료를 통해 "차량가액 등으로 손금인정 기준을 정할 경우 수입차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로 인식돼 통상 마찰 소지가 있다"며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업무용 차량에 비용 인정금액 한도를 두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 의원은 "배기량과 차량가액에 따른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외산을 불문하고 모든 차량에 적용될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정당한 조세정책으로서 FTA 협정의 위반 여부를 논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업무용 차량의 로고 부착을 둘러싼 혼란도 진행형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정한 원칙은 일정규격 이상의 로고로서 탈부착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크기와 위치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업무용 차량의 로고 부착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까지 개업 의사와 변호사 등의 업무용 차량은 과세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로고만 부착하면 세금을 깎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 로고의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로고의 크기와 위치는 상식적인 측면에서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하위법령이나 국세청 훈령 등을 통해 세부기준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