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매각 주관 선정 본궤도,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증권사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가 될 KDB대우증권 매각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주관사 선정 경합에 들어간 IB(투자은행)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 랜드마크 딜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되면서 경쟁이 과열될 경우 자칫 수수료가 자원봉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7,330원 0.00%)과 KDB자산운용, KDB캐피탈 등 금융자회사 매각을 위해 오는 9월2일까지 주관사 후보들로부터 입찰서류를 받은 뒤 4일 최종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매각주관사는 국내와 해외사 각각 1곳씩을 선정하되 신속하고 객관적인 매각을 위해 산업은행 M&A실은 공동주관사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번 매각전은 3조원대에 달하는 빅딜이다. 대우증권 매각가격만 해도 지난해 말 장부가 1조7758억원과 이날 종가(1만2400원) 수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감안할 경우 최소 2조50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KDB자산운용(장부가 634억원)과 KDB캐피탈(장부가 5973억원) 매각가치도 각각 1000억원, 6000억~7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KB금융 (69,300원 ▲400 +0.58%)지주가 인수할 경우 KB투자증권과 합병을 통해 업계 최대 증권사가 탄생한다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이 높다. 대우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4조2581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은 2위 증권사다. 국내 점포 103곳과 해외 점포 1곳, 해외사무소 3곳, 현지법인 8곳, 해외투자자문사 1곳을 임직원 3061명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만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매각주관사 경쟁 열기는 예상보다 잠잠한 편이다. 한 증권사 IB본부 관계자는 "매각 규모나 시장 이슈에 비해 서로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들이는 품에 비해 수수료가 짜다는 인식이 크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11,910원 ▲190 +1.62%)) 매각 때의 전례 때문이다. 당시 매각가격이 1조500억원에 달했지만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받은 수수료는 10억원으로 0.095% 수준에 그쳤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관리 아래 매각주관 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율이 크게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 매각에서도 우리투자증권 매각 당시 수수료율이 벤치마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서 수수료가 결정된다면 매각주관사는 20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최장 12개월에 더해 연장될 수도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의 수수료에 목맬 증권사가 몇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호텔롯데 등 하반기에 예정된 대형 IPO(기업공개) 딜에 주력하는 게 낫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공모 규모 4조원대로 예상되는 호텔롯데의 IPO 주관사를 맡을 경우 이후 이어질 롯데 계열사 IPO와 회사채 주선 등 부수효과까지 넘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증권 매각 자문보다는 인수 자문을 노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리투자증권 매각전에서도 NH농협금융지주의 인수 자문사를 맡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센티브를 포함해 600만달러(약63억원)의 수수료를 거두면서 대박을 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비하면 국내 자문 수수료는 턱없이 낮다"며 "업계 스스로도 덤핑 경쟁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