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비중 28.8% 2년 만에 최고치…‘중국 영향’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은행 관계자들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중국계 외은지점이 차입금을 늘리면서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중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한국의 대외채무 잔액은 4206억달러로 3월말대비 17억달러 증가했다. 단기외채는 1212억달러로 전분기대비 84억달러 증가했고 장기외채는 2994억달러로 전기대비 67억달러 감소했다.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8%로 전분기대비 1.9%p 상승했다. 이는 2013년 6월말 29.2%를 기록한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2.3%로 3월말보다 1.2%p 증가했다. 이 비중은 2014년 2분기(34.1%→35.1%) 이후 1년 만에 증가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금융위기 발생시 안정성을 나타내는 척도다. 이 비율이 상승하면 단기외채 상환능력이 전보다 악화됐다는 의미다.

보통 만기 1년 미만의 회사채, 차입금 등 단기외채 성격의 자금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1997년말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당시 단기외채/외환보유액 비율은 657.9%에 달했다.

최근 미국 연준의 9월 금리인상설이 부각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하는 추세다. 원화는 올해 2분기 달러화대비 1.7% 절하됐다.

단기외채는 충분히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유병훈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통상 대외채권 대비 대외채무 비율이 100%를 넘기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아직 그 수준보다 많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실제로 우리나라의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미국(31.8%), 중국(65.8%), 일본(75.6%), 독일(33.3%), 영국(68.3%), 프랑스(38.2%)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반면 브라질(8.3%), 러시아(8.9%), 호주(23.4%), 인도(17.8%), 인도네시아(14.7%), 멕시코(18.4%), 아르헨티타(22.2%) 등과 비교해선 다소 높은 수준이다.

외채도 늘었지만 대외채권도 동시에 늘었다. 6월말 기준 대외채권 규모는 7119억달러로 3월말보다 302억달러 증가했다. 단기채권은 전기대비 133억달러 증가한 5312억달러, 장기채권은 168억달러 증가한 1807억달러로 집계됐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차감한 순대외채권 규모는 전기대비 285억달러 증가한 2914억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투자(금융자산)는 3월말보다 384억달러 증가한 1조1425억달러, 외국인의 한국투자(금융부채)는 153억달러 감소한 1조83억달러로 집계됐다. 양 수치를 차감한 순국제투자(Net IIP)는 1342억달러로 전기대비 537억달러 증가했다. 순국제투자 규모는 작년말 플러스로 전환한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투자는 주로 채권(101억달러), 주식(73억달러), 준비자산(120억달러), 해외직접투자(87억달러) 등을 중심으로 늘어난다.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채권투자액이 전분기보다 5배 가량 증가했다.

외국인투자 감소는 주로 원화절하, 주가하락 등 비거래요인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투자 감소분은 102억달러, 직접투자 감소액은 24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