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대사'를 다른 방식으로 극복한 두 원로작가

최종태, 생각하는 사람, 2012.

비극적인 현대사를 온 몸으로 살아낸 뒤 다른 방식으로 극복한 두 작가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현대미술작가시리즈'로 성상조각의 대가인 최종태 작가(83)와 형상회화 세계를 구축한 황용엽 작가(84)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최종태' 전은 올해 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첫번째 조각 전시로 오는 11월29일까지 이어진다. 최 작가는 1960~70년대 추상이 주류를 이루던 미술계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을 보여온 한국 조각계의 원로다.


1932년생인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기를 모두 보내면서 겪은 사회·정치적 혼란을 종교와 예술성으로 승화시키는는 작업을 해 왔다. 논리보다는 영성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 구도자적 삶의 태도를 조각 속에 담았다.

그가 교회 성상 조각에 몰두하면서 삶과 종교, 예술을 하나로 연결하려고 노력한 것은 1980년대부터. 최 작가의 시도는 한국 전통의 조형적인 미적 감각과 신앙적 깊이의 결합으로 이어져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작가의 시기별 주요 작품과 비공개 초기 작품, 수채·파스텔·판화·소묘 등 평면작품을 포함한 총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그의 작품은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황용엽, 어느 날, 201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인간애를 통해 삶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한 황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인 '황용엽: 인간의 길'도 오는 10월11일까지 개최된다. 그는 6.25 전쟁으로 인해 평양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느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평생을 노력한 화가다.

그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억압당하는 시절을 살아야 했다. 가족과의 생이별, 악마 같은 인간의 본능을 일상처럼 목격했던 극단적인 체험은 황 작가의 몸과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황 작가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캔버스 위에 토해내고 이를 용감하게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상실과 절망의 기억을 털어내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회복시켰다. 이번 전시는 그의 삶에 대한 처절한 기록이자, 치유와 회복의 역사를 펼치는 장이다.

황 작가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창작활동에 매진해 투철한 예술가상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지만 동료들처럼 한국 화단의 주류를 이끌던 화풍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