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사욕만 챙긴다면 日에 특허 파는 게 낫지만…"

김홍중 코베리 대표/사진=방윤영 기자

"사리사욕만 챙긴다면 일본에 특허를 팔고 매출의 5~10%씩 떼어주는 라이센스 수수료를 받고 지내는 게 낫습니다."


김홍중 코베리 대표(50)는 국내 하드웨어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 차라리 자신의 기술을 인정해주는 일본 기업에 특허를 팔아 편하게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억대 연봉 日연구원에서 가난한 벤처인으로 전락

그는 일본 최대 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 연구소에서 13년 동안 근무하다 2010년 한국으로 귀국해 코베리를 창업했다. 코베리가 개발한 '나노급 리니어 모터'는 기존 모터의 단점을 줄이고 효율성과 수명 등을 늘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리니어 모터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코베리의 제품은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모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외에서 관련 특허 25건을 출원 혹은 등록했다. 2011년에는 일본 제조기업 THK, 스미모토, 히타치 등과 함께 공동개발·납품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제품 양산이나 영업·마케팅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구할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지 벌써 6년째다. 그는 억대 연봉을 받던 연구원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벤처인으로 전락했다.


◇하드웨어 벤처 자금지원, 정부지원·펀드 등 부족

하드웨어 벤처기업의 특성상 자금 조달이 절실하다. 제품 양산뿐만 아니라 금형 한 건 제작하는 데 수천만원씩 든다. 특허 등록 비용도 해외의 경우 건당 1000만 원 이상씩 투입해야 한다. 그동안 김 대표가 쏟아 부은 비용만 수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융자나 투자유치 등이 어려워 지인들을 통해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자금이 부족한 만큼 성장도 더디다.

금융권 융자는 담보가 없어 탈락했다. 특허에 대한 가치평가는 지금까지의 매출 등 실적에 따라 평가됐다. 코베리처럼 매출이 저조한 곳은 심사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투자사의 투자유치도 어렵다. 대부분 IT(정보기술) 관련 펀드를 운영하고 있어 하드웨어는 투자대상에서 제외되기 십상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체 전문 투자사라고 해도 결국은 IT와 연관 돼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지원 사업도 2번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다. 서류전형에서부터 자격 조건을 갖출 수 없었다. 저조한 매출에 직원은 대표 한 명뿐. 기술력이나 특허 등은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는 "한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대로라면 절대 지원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며 "미래에 대한 투자인데도 과거 실적만 보고 판단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자금을 구해야 하는 약자가 되다 보니 싼값에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투자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정부 지원 사업의 서류를 조작해주는 브로커들의 유혹에 휩싸인 적도 있다.

◇국내 원천기술 확보가 목표

그가 이 고생을 6년째 참고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의 원천기술 개발 도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다. 그는 25년 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는 히타치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전세계에서 2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일본인으로 귀화할 생각 없느냐"는 제안도 받았다.

그는 "해외에서 상을 받을 때 일본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거나 '일본의 김상(김씨)'으로 소개될 때마다 속이 상했다"며 "내 기술력인데도 한국인이 아닌 일본의 기술력으로 소개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힘들다고 포기하면 국내에서 원천기술 개발을 시도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기술력 하나로 세계에서 대등한 위치에 섰듯, 국내 경쟁력 확보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기 위해 앞으로도 묵묵히 걸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