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R&D 지원금은 '눈먼 돈'? 부정사용 방지 강화

#중소기업 A사는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R&D(연구·개발) 자금 전액을 기업계좌로 이체한 후 회사의 운영자금과 뒤섞어 쓰다 적발됐다. B사의 경우 R&D 지원금을 활용, 납품기업과 공모해 실제 물품 구입 단가보다 부풀려 서류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편취하다 경찰청 수사로 덜미를 잡혔다.


중소기업청은 이처럼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원한 자금을 '눈먼 돈' 취급하는 사례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중소기업 R&D자금 부정사용 방지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중기청은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2009년 R&D 자금을 현금이 아닌 포인트로 주고 금융기관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포인트제도'를 운영했는데, 부정사용 방법이 진화하면서 이번에 추가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2010~2014년 중기청 지원 R&D 과제 2만6000건 중 92건(88억원)에서 부정사용이 발생한 바 있다.

우선 연구비관리시스템에 연동되는 R&D 수행기관의 전자세금계산서 발급과 취소 여부 확인을 강화해 자금 사용처를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재는 R&D 참여기관들이 연구자재 등을 구입 시 거래처가 직전년도 매출 3억원 이상인 개입사업자인 경우에만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토록 하고 있고 전자세금 계산서의 사후 취소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해야 하는 거래처의 범위를 매출 1억원 이상 개인사업자로 확대하고 전자세금계산서의 사후 취소 여부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연구비관리시스템에 기록된 과거 부정사용 기업의 포인트 차감 패턴을 분석, 부정 의심기업에 대한 자동알림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예컨대 협약 후 3~6개월 동안에 포인트를 90% 이상 과다 사용하거나 일시에 6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인출하는 경우 등이다.

일정시점에 포인트를 과다하게 사용한 업체 등 부정사용 의심기업에 대한 특별점검도 강화한다. 대상을 기존 주관기관인 중소기업 중심에서 대학·연구기관 등으로 넓히고 횟수도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한다.

불시 점검하는 '암행 점검단'을 구성하고 최종 제재 결정까지의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암행점검단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구성하고 R&D수행기관을 무작위로 뽑아 수시로 점검한다.

악질적인 부정사용 기관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였다. 정부 R&D 사업에 참여 제한조치를 2회 받은 기관에 대해선 가중처벌하고 고의성이나 형사처벌 등 사안이 중대한 경우 10년간 참여 제한을 두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R&D사업 참여제한 대상을 기관에서 개인으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R&D사업 참여 제한을 기관에 대해서만 이뤄져 부정사용자가 재창업한 경우 제재 효력을 무력화시키는 허점이 있었다.

이에 앞으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R&D 자금을 부정 사용한자가 대표나 R&D 과제 책임자로 있는 기관도 중기청 R&D 참여도 제한된다.

중기청은 연구용도 외로 사용한 R&D 자금의 5배 이내에서 부가금을 부과하는 제재부가금의 세부방법과 절차 등의 요건을 보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