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살아남자'…은행 '대안 먹거리' 발굴 주력

금융권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 예고 등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가뜩이나 부진하던 국내 경기 여건이 더욱 악화할 조짐이기 때문이다. 낮은 예대마진으로 수익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대안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예금과 대출 등 성장 위주 영업을 내려놓고 비은행 부문 및 해외 부문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펀드 및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증대, 주식·채권투자 등 수익 다변화로 저금리 불황을 타개하고 나선 것. 이와 함께 자산관리 부문과 핀테크 사업 등을 확대·개편하고 나섰다.


올해 상반기 국내 7개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외환·농협·기업은행)의 이자이익은 13조24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3150억원) 대비 0.5% 감소한 반면, 비이자 이익은 2조915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640억원) 보다 56.4% 증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전날 KEB하나은행 출범식에서 “해외와 비은행 부문 확대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점은 은행이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신한금융투자와 협업해 판교, 시화지역에 이어 세번째로 서울디지털 산업단지(구로 가산디지털 지역)에 3번째 ‘신한 창조금융플라자’를 개점했다. 오는 10월 창원, 11월 천안에 점포를 개설한다. 신한 창조금융플라자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전문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영업조직이다. 기업들은 신한 창조금융플라자를 통해 대출·예금, 외국환 등 은행의 전통적인 기업금융 상품에서부터 M&A(인수·합병) 및 인수금융 관련 자문, 유상증자,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 등 자본시장 상품에 이르기까지 은행과 증권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 받는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들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멕시코에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연내 법인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북미 생산기지 멕시코에는 많은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지점도 연내 개설한다.


자산 규모 1위 통합은행으로 출범한 KEB하나은행도 은행간 경쟁에 불을 붙인다. KEB하나은행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오는 10월 ‘하나 멤버스’를 내놓는다. 하나금융그룹의 은행, 카드, 증권, 캐피탈, 생명보험, 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모든 거래 실적에 따라 쌓이는 하나코인으로 이자를 내고 적금도 들 수 있는 신개념 멤버십이다. 이와 함께 출범기념 신상품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또 교육을 통해 전 직원 PB화를 추진키로 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KB투자증권이 연계한 복합점포를 올해 안에 2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 상반기에 복합점포 3곳을 신설한 국민은행은 하반기 지방에 거점형 복합점포를 열어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액티브X 없는 인터넷뱅킹을 출시하는 등 핀테크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국민은행은 오는 10월 중국 상하이지점을 오픈하는 한편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가 없는 우리은행은 삼성증권, 키움자산운용, 현대캐피탈 등과 손잡고 공동상품개발 및 연계영업 추진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오는 9월 삼성증권과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NH농협금융도 복합점포, 핀테크에 방점을 찍는 한편 새롭게 해외 진출에 매진한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도 최근 농협중앙회와 함께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