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대상이 된 학교… "조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 폭발을 일으키고 도주한 중학교 3학년 이모(16)군이 1일 저녁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경찰에 붙잡혀 압송되고 있다./사진=뉴스1

16살 중학생이 자신이 다녔던 학교에 부탄가스를 투척해 폭파 사고를 일으킨 뒤 검거됐다. 이 학생이 재학중인 A중학교는 이 군의 이상행동을 오래 전 인지하고도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을 위해서는 학교가 학부모 동의 없이도 이상 학생의 병원치료 등을 강력히 추진할 법적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시교육청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군이 재학 중인 A중학교는 심리상담을 통해 이 군의 심리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은 올 들어 학교에 "누군가를 찔러 죽이고 싶다는 테러에 대한 환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 차례 상담을 신청했다.

A중학교는 상담 후 이 군의 어머니에게 아들에게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어머니는 이를 믿지 않았다. 학부모 동의 없이는 격리나 치료가 불가능한 데다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학교는 이 군을 계속 주시할 뿐 등교정지나 유예 등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불안한 방치'가 계속되던 지난 6월 말, 이 군은 A중학교 남자화장실에 자신이 만든 화염방사기를 놓고 바로 옆 도서관 바닥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지르려 시도했다. 학교 관계자의 제지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석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1일, 이 군은 자신이 1학년 시절을 보냈던 양천구 B중학교에 부탄가스 통을 던지는 대담한 행각을 또 다시 저질렀다.

인명 피해가 나올 수도 있었던 상황이 연이어 연출되자 일부에서는 학교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미리 치료를 받게 하는 등 실질적인 제지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1차 방화를 시도했던 지난 6월 이후에야 학교 측의 권고에 동의, 7월 중순쯤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를 받게 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생이 아무리 이상 행동을 보여도 학부모 동의 없이는 학생을 학교에 나오지 않게 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군의 경우처럼 학부모는 학교에서 자녀의 돌발행동 사실을 알려도 감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만약 이번 사건이 묻혀서 이 군이 검거되지 않고 학교로 돌아갔다면 인명 피해가 나올 수도 있었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방범죄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학생이고, 범행 장소 또한 평범한 학교이기 때문에 모방범죄가 일어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학생의 정신 질환, 인적사항 등 사건의 특이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앞으로 이 같은 학생을 바르게 이끌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