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질에 콘크리트 '후두둑'…서울역고가 올라가보니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가 서울역 기둥 상부의 마모된 부분을 망치로 때리고 있다. 망치를 칠 때마다 콘크리트 조각이 손쉽게 부서져내렸다. /사진=남형도 기자

"저기 교량 바닥에 하얗게 찍혀 있는 점들 보이시죠? 저게 콘크리트 안에 물이 들어가서 생긴 백태입니다. 겨울에 저게 얼면 팽창해서 콘크리트가 깨져서 떨어지는 거에요. 굉장히 위험합니다."

2일 오후 3시 서울역고가도로 밑. 리프트를 타고 10여 미터 올라가 코앞에서 보니 '안전진단 D등급'인 서울역고가 기둥과 바닥의 균열과 마모된 부분이 상세하게 보였다. 기둥 상부의 마모된 부분을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가 망치질로 살짝 수차례 두드리자 콘크리트 조각들이 손쉽게 깨져 떨어졌다. 콘크리트 가루는 사진을 찍는 기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하얗게 덮었다.


이 대표는 "이런 균열들이 전 구간에 걸쳐 생겨 있으니까 서울역고가를 빨리 보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콘크리트 조각들이 도로나 지나가는 열차에 떨어지면 얼마나 위험하겠냐"고 되물었다.

서울시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으로 긴급 보수가 필요한 서울역고가의 안전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보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서울역고가 바로 밑에 올라가 기둥과 바닥 부분을 직접 육안으로 살펴봤다.

가까이서 바라본 서울역 고가의 마모된 부분. 육안으로 봐도 노후화 된 흔적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1970년 완공 후 45년 동안 서울역의 동서를 잇는 다리로 수많은 차량들을 지탱해 온 서울역고가는 한눈에 봐도 노후화가 심해 보였다. 기둥 윗부분과 고가 바닥 부분은 전반적으로 마모되거나 균열이 나 있었다. 이 대표의 그리 힘을 쓰지 않은 망치질 몇 번에도 콘크리트 조각이 부서져 고가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리프트를 고가 바닥 바로 밑으로 이동시킨 이 대표는 하얀 점들을 가리키며 "저게 정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저쪽에 하얗게 백태가 보이는데 콘크리트 안에 물이 들어가 생긴 것"이라며 "그 물이 겨울철에 얼면 팽창되서 콘크리트가 깨져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백태가 서울역고가 전 구간에 생겨 있다며 이번 겨울이 정말 위험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표가 가리킨 고가 아래쪽 지면을 바라보자 이미 크고 작은 콘크리트 조각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 대표는 "저게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나 열차 위나 선로로 떨어지면 인명피해가 크게 생기지 않겠냐"며 "이런 것들을 빨리 보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역고가가 철거 얘기가 나온 뒤부터 최근 2년간 보수를 기존 대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겨울을 장담할 수 없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2~3년 동안에는 철거한다고 해서 보수를 거의 안했기 때문에 노후화가 더 빨리 진행됐다"며 "겨울을 보내는 게 올해 더 위험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역고가 바닥 부분에 생긴 백태. 콘크리트 내에 물이 들어가 생긴 것으로 겨울철에 얼 경우 팽창돼 콘크리트가 깨질 수 있다. /사진=남형도 기자

이 대표는 서울역고가의 바닥 부분을 사람의 척추에 비유하며 철거와 같은 근본적 보수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서울역고가의 바닥판은 인간으로 말하면 척추 부분인데 이게 부러지면 죽을 수 있지 않냐"며 "소규모 보수론 안되고 대규모 보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