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北추가도발 ‘사전엄포’…멀어진 북·중, 가까워진 日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2015.9.2/뉴스1 / (청와대=뉴스1) 이광호 기자 © News1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정상회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있을지 모를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한 ‘사전 엄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8·25 남북합의’에 따른 대화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다음달 10일 전후해 4차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되야 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9.19 공동성명이나 유엔안보리결의안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미사일 발사 실험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핵 포기의 주체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분명히 명시해 놓고 있어, 이번 한중 정상회담 합의내용은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두 정상은 이를 통해 다음달 10일을 전후로 있을지 모를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사전 경고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사실상 양국이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 회담에서 이번 안보 위기 상황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언급,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양비(兩非)론’ 입장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섰다는 점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인사말에서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 사태는 언제라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의 안보현실을 보여줬고,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면서 “이번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국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당시 안보위기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DMZ 목함지뢰·포격도발 이후 이어진 안보위기 상황에서 중국 측이 위기상황 해소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당시 베이징(北京)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에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국가적 차원에서 1년 넘게 공들여온 전승절 행사가 한반도 긴장으로 인해 방해받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겠다’며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특히 환구시보는 지난 24일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가를 막으려는 세력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있다”면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평을 싣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8일 국가 안보전략연구원 세미나에서 “이번 사태는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 온 한·중관계 및 중·북관계의 변화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면서 “중국 정부는 과거의 양비론적 입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한 ‘이미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는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최근 타결된 이란 핵협상처럼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대화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게다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전승절 참석을 위해 방중한 상황에서 한중 정상이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한 목소리로 언급하는 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멀어져 가는 북중관계의 현 상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다시 가까워지는 日..일각선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변화 가능성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올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포함한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3국 협력체계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서 계속 유지·발전돼 나아가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그 동안 한중일 3국간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돼왔던 영토분쟁 및 과거사 문제에서 벗어나 동북아 평화와 경제협력을 위해 전반적인 관계정립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동북아의 한 축인 일본을 무시하고는 동북아 평화 뿐 아니라 번영 또한 논의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한중이 일본을 끌어안음으로써 기존 한미일, 북중러로 대표되는 기존 동북아 질서에 변화 조짐이 있다는 일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해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중국 측이 정상회의 개최에 뜻을 같이함에 따라,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따라 한중일 정상회의는 이르면 다음달 말께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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