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하던 '냄새마을'이 친환경에너지 메카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의 하수처리장에 지어진 가축분료자원화시설의 모습. 다음달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밀폐작업이 함께 이뤄져 악취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사진=환경부 제공

지난달 31일 찾은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입구에 들어서자 홍천강변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마을을 가로질러 강물이 흐르고 뒤에는 멋진 산세가 우거져 동화 속 마을과도 같았다.


하지만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코끝을 자극하는 악취가 풍겨왔다. 뒤늦게 알게 된 소매곡리의 별명은 바로 '냄새마을'이었다.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이다.

2001년 소매곡리에 들어선 하수처리장은 홍천군에서 발생하는 생활용수 1만1000톤과 가축분료 50톤을 매일 처리하고 있다. 특히 하수 유입량이 크게 느는 이맘때면 마을 전체에 악취가 진동한다. 그러길 14년째. 악취를 못 견딘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한 때 107가구에 달했던 마을 인구는 57가구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 악취는 다음 달이면 사라진다. 바로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덕분이다. 사업의 일환으로 하수처리장 밀폐 작업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벌써 악취는 옅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활력을 잃어가던 소매곡리는 마을 인구가 65가구로 늘어나는 등 다시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하수처리장과 쓰레기매립지와 같은 혐오시설 부지를 활용해 지역 환경에 맞는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고 관광 등과 연계해 주민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소매곡리는 정부의 시범사업 대상지 3곳 중 1곳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사업을 주관하는데 공정률 85%로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소매곡리의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의 핵심은 고통(악취)의 원인 이었던 가축분료를 돈이 되는 마을의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가축분료자원화시설이다. 기존 하수처리장을 활용해 건설되는 가축분뇨자원화시설은 매일 10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해 3000㎥ 바이오가스와 50톤의 비료(퇴·액비)를 생산하게 된다.

가축분료자원화시설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수익사업을 통해 마을개발에 재투자된다. 바이오가스는 SK E&S의 자회사인 강원도시가스에 공급된 후 도시가스로 정제돼 마을에 다시 공급된다. 이를 위해 도시가스 공급관로를 설치하고 있다. 소매곡리 규모의 작은 마을에 도시가스가 보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지금처럼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할 때보다 가구당 연간 91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비료는 마을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해 마을에서 필요한 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홍천군 내에 판매한다. 최소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자료: 환경부

환경부·환경공단은 또 소매곡리 하수처리장의 유휴 부지에 태양광(340㎾)과 소수력발전(25㎾) 등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마을주민이 주민협동조합(SPC)을 설립해 SK E&S와 함께 투자·운영을 직접하게 된다. 전기판매 수익은 연간 9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홍보관, 그린빌리지 특화, 홍천강 꽃 길 조성 등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한 문화·레저 부문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송재식 한국환경공단 에너지정책팀장은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으로 소매곡리의 연간 경제적효과는 1억46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소매곡리의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이 다른 곳과 비교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비결은 주민들의 적극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환경설비가 들어서는 곳은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혀왔다.

하지만 소매곡리 주민은 오히려 주체가 돼 사업방향과 운영안 등을 스스로 고민하고 직접 홍천군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지진수 소매곡리 이장은 "그동안 소매곡리는 냄새나는 마을로 인식됐지만 주변 폐기물을 수용해 깨끗한 홍천군을 있게 한 고마운 마을이라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성공모델로 이끌어 마을이 활기를 되찾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정기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소매곡리 등 시범사업을 통해 환경시설이 기피 시설이 아니라 마을에 도움이 되고 돈이 되는 수익시설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노력 하겠다"며 "성공적인 사업화 모델을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