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中열병식 참석···기계적 '美·中균형' 극복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텐센트)

2∼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열병식을 포함한 중국 '항일(抗日)전쟁·반(反)파시스트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미국·중국 간 아슬아슬한 줄타기식의 기계적 '균형외교'를 극복하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적극적으로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주도적 외교'에 본격 나서는 전기로 평가된다.


◇ 시진핑과 나란히 열병식 참관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1시간30분 동안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 열병식 등 프로그램을 모두 참관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내외와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한 뒤 시 주석과 함께 걸어서 좌석이 마련된 천안문광장 망루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30여개국 정상 등 수십명의 각국 귀빈으로 이뤄진 대열의 최선두에서 시 주석의 바로 왼쪽에서 걸었다. 시 주석의 바로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치했다.

망루에 오른 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쪽 2번째, 푸틴 대통령의 바로 오른쪽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시 주석의 오른쪽으로는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등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자리했다. 시 주석의 왼쪽에는 리커창 총리와 장쩌민 전 주석을 비롯해 중국 측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섰다. 행사 도중 박 대통령은 눈부신 햇살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기도 했다.

이날 전승절 행사는 국가연주, 국기게양, 시 주석 연설, 사열, 분열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에는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등 총 1만2000여명, 40여종의 장비 500여대, 20여종의 항공기 200대가 동원됐다.

행사 직후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주재한 귀빈 오찬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이날 전승절 행사와 리셉션에는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등 30여개국 정상,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 등 정부 고위급 대표 20여명, 반 총장 등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 대표 10여명, 무라야마 도이치 전 일본 총리, 게르하르트 쉬레더 전 독일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 '기계적 균형외교'→'주도적 외교'

시 주석은 이번에 베이징을 방문한 박 대통령을 위해 별도의 영접팀을 구성하고, 오찬 리셉션을 위한 박 대통령 만의 전용 대기실도 마련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 대해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명이라며 특별히 잘 모시라'고 실무진에 하달했다"며 "별도 영접팀을 구성해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 주석 주재 오찬 리셉션 때에도 박 대통령만을 위한 전용 대기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열병식 등 전승절 행사 참석은 그동안의 미·중 간 눈치보기식의 '기계적 균형외교'에서 벗어나 '주도적 외교'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핵 등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포괄적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내린 선택이라는 점에서다.

그동안 중국의 군사적 성장과 동북아 역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미국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정면돌파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전(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끌어냈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의 행사(중국 전승절) 참석이 한반도 전체에 미칠 함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서 역사·경제 행보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 리셉션을 끝으로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상하이에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한·중 정상회담과 전승절 행사 등 베이징 일정이 정치·외교 중심이었다면 상하이 일정은 역사와 경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4일 오전 박 대통령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중 공동으로 개최되는 이 행사에는 중국 측에서 상하이시 측 고위인사들도 참석한다.

이어 같은 날 오후 박 대통령은 상하이 동포 간담회에서 동포들을 격려한 뒤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다. 상하이 쉐라톤호텔에서 대한상의·코트라(KOTRA)-중국국제무역촉진위(CCPIT) 주관으로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포럼에는 박 대통령과 동행한 경제사절단 등 현지진출 기업인 180여명과 중국기업 대표단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156명의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대표단 23명, 중견·중소기업 대표단 105명 등 기업에서 128명이 참여한다. 이밖에도 경제단체 및 협회에서 21명, 공공기관 및 연구소에서 7명이 합류한다.

경제사절단은 같은 장소에서 열릴 현지 기업과의 '1대1 상담회'에도 참여한다.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K-뷰티 로드쇼 인 차이나'(K-Beauty Roadshow in China) 등 자체 마케팅 활동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