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율 완화에 기부채납 현금화해도…압구정 재건축 '시큰둥'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압구정 재건축이요? 사업 시작만 최소 10년은 걸릴 겁니다."(서울 강남구 압구정 R공인중개소 대표)

정부의 ‘9·2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의 일환으로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재건축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평가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현대1~14차, 한양1~8차, 미성1~2차 등 총 24개 단지 1만355가구에 달한다. 이중 1987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지 못한 미성2차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앞서 한양 7차(239가구)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단독 재건축을 시도했다가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금은 사업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전체 조합원의 4분의 3 이상 동의와 동별 3분의 2 이상 동의율’이란 조합설립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W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압구정 아파트에는 노년층이 많이 살거나 집주인들이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주민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1970~1980년 초에 지어진 아파트여서 이미 리모델링한 집도 상당수에 달해 굳이 재건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동별 구분소유자 동의율을 기존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완화하고 면적 기준 동의를 없앤 이번 ‘9·2대책’이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건축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성 문제가 남아있다. 앞서 서울시는 용적률 230%, 높이 35층 이하 등의 내용이 담긴 ‘압구정 아파트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 계획에서 기부채납(15%)과 소형 임대주택 건립 등을 할 경우 최대 30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35층 이하로 제한했던 층수 규제도 50층까지 높일 수 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말~12월 중순 사이 이같은 내용의 정비계획을 수립해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기부채납과 임대아파트 비율이 너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내놓은 기부채납의 현금화는 주민들에게 반가운 내용이기도 하다. 한양아파트 한 주민은 “압구정 일대가 고급아파트촌으로 개발됐으면 하는데 임대아파트나 기부채납 비율을 채우면 사업성도 떨어지고 고급아파트라는 이미지도 퇴색될 것 같다”며 “기부채납 대신 현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판단은 다소 다르다. 무조건 기부채납의 현금 대체가 아니라는 것. 시기가 맞지 않거나 기반시설 용량이 충분히 채워져 있는 등 기부채납을 할 수 없는 전제 조건이 갖춰진 경우에만 현금으로 대신하는 방식의 보완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단지내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을 기본적으로 하고 시설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지역 실정에 맞게 현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무작정 기부채납비율만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사업이 본격 진행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지역 중개업계는 내다봤다. R공인중개소 대표는 “서울시가 정한 방침과 주민들이 생각하는 차이가 워낙 커 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며 “관심이 없는 주민들도 많아 본격적인 진행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