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의 3색 위탁경영 '좋거나 나쁘거나 특이하거나'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지난 1일 삼성중공업 (9,440원 ▼100 -1.05%)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위탁경영' 대신 '경영협력' 형태의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과거 현대중공업 (117,600원 ▼1,800 -1.51%)과 대우조선해양 (32,100원 ▼1,200 -3.60%)의 엇갈린 위탁경영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위탁경영 시너지 효과를 본 끝에 인수에 성공한 '현대삼호중공업'과, 위탁경영을 마친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조선'의 상반된 모습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 결과는 삼성중공업이 경영협력 형태로 성동조선해양을 지원하며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참고가 됐다는 분석이다. 성동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역시 삼성중공업에게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영업·구매·생산·기술 노하우만을 전수시킨다는 입장이다.

◇부도 났던 삼호중공업, 세계 4위 조선소로 '우뚝'
현대삼호중공업의 전신 한라중공업은 1997년 12월 부도처리 돼 회사정리 절차에 착수했다. 1997~1998년에만 직원 1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국가 기간산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위탁경영안을 받아들이고, 상호를 삼호중공업으로 바꾼 뒤 1999년 10월부터 2002년 5월까지 위탁경영했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의 해외영업 및 기본설계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후판 통합구매 등을 진행하며 수주 선가를 개선시켰으며 채무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향상시켰다. 소형 벌커, 탱커 등을 만들던 삼호중공업에 기술을 전파하며해 LNG선, LPG선, 대형컨테이너선 건조가 가능케 만들었다.

조선업 세계 1위 '현대' 브랜드를 등에 업고 삼호중공업의 일감이 쌓여가자 떠났던 직원들이 돌아왔다. 1999년 2737명이던 직원은 2002년 3277명까지 늘어났다.


경영정상화가 상당부분 진척된 2002년 5월 현대중공업은 총 1000억원에 삼호중공업을 인수하며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올해 6월말 기준 현대삼호중공업 직원은 4067명, 지난 7월말 기준 현대삼호중공업 수주잔량은 91척·404만8000CGT(가치환산톤수)로 세계 4위다.

◇위탁경영 3년만에 '법정관리' 들어간 대한조선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7월부터 위탁경영한 대한조선은 기업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위탁경영 이후 인수를 염두에 뒀지만 지난해 10월 대한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실패로 끝났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대중공업과 유사하게 위탁경영단을 상주시키며 생산·영업을 넘어서 재무·노무 등의 경영 전반을 관리했다. 블록 제작 등 일감을 확보해주고, 대우조선이 수주한 선박 일부의 건조를 대한조선에서 진행했다.

위탁경영 개시 당시 대한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벌크선 위주로 편성된 대한조선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및 해양플랜트 등으로 체질개선 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12년부터 악화된 조선 시황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일감 채우기도 버겁게 만들었다. 유가 하락에 따라 해양플랜트 발주 역시 자취를 감췄고, 대한조선은 견디지 못했다.

대한조선의 부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여신 한도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 기간 동안 대한조선 전환사채 발행 등에 투입한 500억원은 대부분 회수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대한조선 우선매수협상권을 포기했다.

◇성동조선해양 살아나려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봤다. 임원 30%를 감축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우려가 제기돼왔다. 결국 재무부담은 수출입은행이 지고 그 외의 지원은 삼성중공업이 도맡는 '경영협력'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지원 방안이 도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도 상선부문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하지만, 조선업 최악의 불경기인 요즘 성동조선해양이라는 짐까지 떠맡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출입은행의 압박 속에서 삼성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찾다보니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위탁경영은 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우리 역할은 협력과 지원일 뿐 성동조선해양 경영 자체는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 내부 경영진이 맡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성동조선해양 지원보다는 '본업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지원하는 수단은 △삼성 영업망 활용 △설계 등 기술 전수 △일감 제공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수주선박의 블록 조립을 성동조선에서 진행할 수 있고, 삼성 브랜드를 사용한 영업과 특허기술 공유 등이 가능하다"며 "유·무형의 지원 모두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상당량 확보하고 위기를 벗어나야 그 효과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