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하나금융 협력업체들 기부로 연명…대가성 의심"

서울특별시의회 하나고등학교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이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하나고 특위 조사활동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사학이 서로 협조해 하나고 설립 및 운영에 과도한 특혜와 비리를 제공하고 묵인해 온 정황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하나금융그룹의 기부가 끊기며 재정난에 시달렸던 하나고 재단법인이 하나그룹과 갑을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로부터 비지정 후원금을 걷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학교법인은 모자란 전입금을 메우기 위해 주식 등의 보유 재산 매각을 시도할 만큼 전입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3일 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사 경과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간 보고서에는 기존에 거론됐던 학교폭력 사건 은폐, 신입생 선발 공정성 문제 외에도 하나금융그룹의 전입금 중단 문제가 조명됐다.


하나고와 서울시가 맺은 부지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학생납입금 대비 법인전입금을 20% 이상 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나학원은 2010년부터 매년 약 20억원을 하나고에 전입해 규정을 충족했다. 하지만 2013년 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하나금융이 학교법인에 기부금을 출연하는 것이 중단됐고 재단은 전입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개정된 은행법 시행령은 금융그룹이 학교법인에 '대가성 있는' 기부금을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나고의 경우 대가성을 판단하는 여부가, 하나금융그룹 직원 자녀만이 지원할 수 있는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전형'이다. 특위 조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은 "임직원 전형을 폐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전형 유지로 전입금 확보가 힘들어진 하나학원은 지난해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비지정 후원금으로 약 800여건의 기부금을 걷었다. 하나고 특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부자 목록에는 하나금융그룹의 협력업체가 다수 포함돼 있다. 시의원들은 "기부자 중 하나그룹과 갑을관계를 맺은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대가성이 의심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하나학원은 전입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용 기본 재산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주식은 하나금융그룹이 하나학원에 기부한 하나금융그룹 자사주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매입 당시보다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하나금융그룹 주식을 손절매 할 만큼 하나재단의 전입금 문제가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는 △부지 임대차계약의 적법성 △서울시의 장학금 지급 적정성 문제 △신입생 선발 공정성 문제 △교원채용 과정의 적법성 △정부 고위 관계자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은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위는 앞으로 활동시한을 6개월 연장해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정훈 서울시의원(하나고 특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부실 감사로 하나고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이번 특별감사가 한 점 의혹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의깊게 살피겠다"며 "이를 위해 기존에 정해진 특위 활동 마감 시한을 10월 22일에서 내년 4월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오는 14일부터 하나고 특별감사를 시작하는 시교육청은 2013년 영훈국제중 입시 비리 문제가 불거지며 관내 전체 특수목적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특위 증인으로 출석한 하나고 관계자는 "감사 당시 시교육청이 하나고의 성비 조작 여부를 문제 삼았으나 최종적으로는 행정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시의원은 "향후 조사를 통해 하나고, 시교육청 등에서 관련 법령을 위반한 이가 밝혀지면 특위 이름으로 관련자를 형사 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