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업계, 표준지공시지가 놓고 국토부와 1년만에 또 '대립'

서동기 한국감정평가협회장이 3일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표준지공시지가 기본조사제도 폐지를 위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협회

감정평가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1년만에 또다시 표준지공시지가 조사방법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서동기 회장이 3일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표준지공시지가 기본조사제도 폐지를 위한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기본조사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서 회장은 "표준지공시지가 기본조사는 이미 지난해 9월에 국토부 장관 주재 확대간부회의에서 잘못된 제도로 결론났고 국토부와 협회가 협의해 폐지하기로 했음에도 올해 다시 강행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부동산가격 공시업무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한국감정원에 일감 몰아주기"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엔 협회 13개 전국지회장들이 기본조사 폐지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을 제외한 전체 3565명의 감정평가사 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전체의 80%가 넘는 2869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는 1990년부터 감정평가협회에서 수행하고 있었으나 2013년부터 이와 관련된 부대 업무는 한국감정원에서 맡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가 지난해 예산절감을 명분으로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정밀조사해 오던 표준지공시지가를 정밀조사와 기본조사로 이원화하는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기본조사는 최근 1년간 지가변동률이 1% 이하이고 특별한 지가변동요인이 없는 지역을 한국감정원이 현장조사해 국토부가 선정하면 약식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감정평가 수수료도 1필지당 1만원으로 현행 정밀조사 1필지당 3만7800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지역선정을 위한 현장조사와 감정평가를 위한 현장조사 등 업무가 중복되고 감정원이 제공한 자료의 진위 여부를 재차 확인해야 해 담당 감정평가사의 업무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이에 지난해도 표준지공시지가 업무거부를 결의하고 국토부와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었다. 당시 국토부와 협회는 훈령을 개정해 기본조사 관련 내용은 삭제하기로 결론내리고 공시지가 업무를 재개했었다.

협회 한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장이 협회장에게 '한국감정원법' 처리에 동의해준다면 기본조사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국토부는 공시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기본조사를 시행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국회 계류중인 '한국감정원법'과 연계해 업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감정원지부는 "감정평가협회는 '4·9 감정평가 선진화 대타협' 후속 3법 제·개정 방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정부가 2010년 9월에 발표한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지난 4월9일 감정원과 감정평가협회가 대타협을 이뤘는데 협회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대타협 내용은 감정원의 1차 수탁감정평가는 모두 민간에 이양하고 타당성조사 등 공적기능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감정원은 △한국감정원법 △감정평가사법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등 3법 제·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감정원 노동조합측은 "협회는 감정원이 500억원 평가수익을 포기하며 대승적으로 합의에 이른 대타협도 무시하고 회원사 이익보호만을 위해 징계·심사권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며 "10만 금융노동자들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