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식약처는 "이중규제 우려"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중규제'라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제조업체나 소매상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복지부·식약처 의견조율이 관건


현재 한약재는 생산과정에선 농산물이지만 제조과정을 거친 후엔 의약품으로 취급돼 소관부처와 정책이 단계별로 다르게 운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약재 생산과정에서의 원산지 표시를, 복지부는 한약재의 수급 및 유통관리를 담당한다. 식약처는 한약재 품질기준과 한약재 제조·관리를 맡고 있다.

복지부는 이미 한방의료기관이 한약 조제시 의료법시행규칙에 따라 반드시 규격품을 사용하도록 돼 있어 관련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규격품한약 포장에 원산지명뿐만 아니라 제조자·제조번호·제조일자·사용기한·검사년월일 등을 표기해 유통한다는 것.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한약 535종 가운데 실제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목은 50여종뿐이어서 개정안이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가 추가될 뿐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한국 환경에서 재배조건이 불리한 한약재도 많아 원산지보다 독성, 품질등급 등을 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한방 처방 공개 및 제조업체의 원가상승 등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다소 유보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시한다고 해도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이 아닌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법체계상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제조·판매업체도 반발 예상

제조업자의 경우 원산지 표시를 추가하는 데 따른 포장지 생산비용과 표시방식 등을 두고 반발이 예상된다. 일례로 원산지 표시 원료를 3개로 제한하더라도 복합 원재료가 있을 경우 원산지를 10개 이상 표시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표시항목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미 전성분표시제를 실시하는 화장품의 경우 농수산물 원산지까지 표기하면 추가 반발이 불가피하다.

관련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상의 처벌 여부도 문제다. 백수오 파동으로 약재를 판매하는 시장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화장품도 방문판매를 하는 경우나 소매상들까지 원산지를 일일이 알고 있을 순 없기 때문에 마지막 판매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쟁점이 된다.

이에 대해 김영록 의원실 관계자는 "소매상들까지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조업자의 책임을 높이는데 개정안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미 영양성분표 등을 포장지에 표시하는 상황에서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항목 하나가 추가된다고 비용이 막대하게 높아질 것으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