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늘어난 대차잔고, 시장영향은

중국발(發) 쇼크에 급락세를 보이며 1800선까지 미끄러졌었던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주식대차거래 잔고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코앞에 두고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불어난 대차잔고가 공매도로 이어질 경우 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잔고 주식수는 22억515만주로 집계됐다. 대차거래잔고 주식수는 지난 1일 22억526만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이튿날 소폭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했다.

대차거래잔고 주식 수는 지난달 3일부터 21억주대로 올라선 이후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자 등이 주식이 필요한 투자자에게 일정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거래다.

특히 대차잔고는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공매도 거래에 주로 활용돼 이 잔액이 증가할 경우 앞으로 주가가 더 내릴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 시점에 대차잔고의 증가가 더욱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난달 일평균 공매도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일 평균 공매도 금액은 4890억원으로 전년(2385억원) 대비 2배를 넘어섰다. 이는 거래소가 공매도 현황에 대한 집계를 시작한 2008년 6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5.42%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공매도 비중은 지난해 10월 4.51%로 고점을 찍은 뒤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코스피가 급등한 올해 4월에는 3.32%까지 하락했다. 이후 5월 3.65%, 6월 3.81%, 7월 3.86%로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달 들어 급증하며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특히 코스피의 공매도 비중이 7.18%로 코스닥(2.26%) 대비 높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높아진 시장 변동성에 대한 헤지 때문에 대차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지수가 10% 이상 급락한 후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높아진 변동성과 위축된 투자심리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이다.

'공포지수'라 불리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이날 0.98% 상승한 20.61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지난달 24일 32까지 오른 뒤 다시 하락했지만 20아래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앞서 코스피 급락이 발생하기 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10~15 선에서 오르내림을 보여 왔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증시가 급락 후 회복 국면에서 최소 3개월에서 최대 5개월 간 급등락이 이어졌다"며 "단순히 주가 하락에 베팅하기 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운데 FOMC 회의까지 다가오고 있어 투자자들이 리스크관리에 나서며 보유 주식에 대한 헤지 전략을 펼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일평균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과 대차잔액 비중이 큰 종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10일간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호텔신라 (57,000원 ▼600 -1.04%)가 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우건설 (3,675원 0.00%), S-Oil (76,000원 ▼900 -1.17%), 두산인프라코어 (7,970원 0.00%), 삼성중공업 (9,470원 ▼170 -1.76%), 한온시스템 (5,290원 ▲70 +1.34%) 등의 순으로 높았다.

또 지난 3일 기준 대차잔고주수가 높은 종목은 현대상선 (14,850원 ▼100 -0.67%), 삼성중공업 (9,470원 ▼170 -1.76%), SK증권 (597원 ▼1 -0.17%), 두산인프라코어 (7,970원 0.00%),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 대우건설 (3,675원 0.0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