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 부인 성폭행 시도' 항공사 기장, 징역 3년 확정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사망한 자신의 친구 부인을 때리고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항공사 기장 김모씨(56)에 대해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했다.

김씨는 2012년 4월 사망한 자신의 친구 부인인 A씨(54·여)의 집을 찾았다. 김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A씨가 남편의 사진을 꺼내 보다가 제자리에 두기 위해 아들 방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갔다. 이후 김씨는 A씨를 성폭행하려 했고 반항하는 A씨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주먹으로 턱을 때렸다. 김씨는 A씨의 턱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놀라 도망쳤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또 자신이 수사기관에 자수했으므로 형을 감경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건 이후 A씨에게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 다치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의 아들과 논의한 끝에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2심 재판부는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김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사건 후 아무런 사고 없이 차량을 운전해 귀가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음주로 인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한 사실만 인정될 뿐 자수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건 이전 아들의 혼사 문제 등 집안의 대소사를 김씨와 의논하던 A씨가 사건 발생 다음날 매우 과격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의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한 김씨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