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통역·선글라스…박 대통령의 실수?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抗日)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抗日)전쟁·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능동적 외교’를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의미가 큰 행사인 만큼 관심이 높아지면서 박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미가 부여됐고, 한중 정상 간 만남에서 나오는 발언에 주목하면서 여러 가지 뒷이야기도 많았다.

◇朴 대통령, 사진촬영 해? 말아?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는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중국의 관영매체인 CC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첫 기념행사장 입장을 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외빈들을 맞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함께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듯한 '엉거주춤'한 모습이 연출됐고, 이 장면은 생중계로 전달됐다.


빨간 카페트를 걸어오는 박 대통령을 맞이한 시 주석은 악수한 후 바로 자리로 향하려는박 대통령을 불러 세우며 사진 촬영을 하자고 손짓을 했다.

박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한 듯 뒷걸음 치며 다시 나가려고 하자 시 주석 내외가 다시 손짓을 하며 부르는 장면이 2~3번 연출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사진 촬영을 하자는 제스처인 줄 인식하고 웃으며 돌아와 시 주석 옆에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이 같은 장면이 생생하게 전파를 타자 의전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처럼 사진 촬영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허둥지둥’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중국 측에서 의전에 대해 명확하게 공지를 안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각국 정상들의 자리 배치에 대해서도 전날까지 알려주지 않는 등 의전을 준비해야 하는 당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따라서 이날 기념행사장 입장 후 사진 촬영을 하겠다는 공지를 일일이 하지 않아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 시진핑 주석 발언 ‘오역’ 논란...靑, 빠른 번역 제공하다 되레 ‘실수‘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모두 발언이 잘못 번역돼 기자단에게 배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가 처음 배포한 자료에서는 시 주석이 “한·중 양국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싸웠다. 마침내 두 민족은 목숨 걸고 맞서 싸워 해방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의 항일 운동에 방점을 찍으면서 양국이 일본에 함께 대항했다는 역사를 천명한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저의 협력으로 현재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에서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청와대는 수정 자료를 배포했다.

수정된 자료를 보면 시 주석은 “역사적으로 한·중 양국 국민은 식민침략에 항쟁하고 민족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단결하고 서로를 도왔다”, “한·중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국가”, “한-중 관계는 현재 정치적 상호신뢰, 경제·무역협력, 인적 교류가 함께 전진하는 기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등 애초 자료에 배포된 표현보다는 수위가 한층 낮은 표현이었다.

청와대가 시 주석의 발언을 녹음한뒤, 최대한 빨리 기자들에게 내용을 제공하기 위해 문화원에서 번역을 맡겼는데, 이를 맡은 문화원 인턴이 오역이나 의역을 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발빠른 언론 서비스가 해프닝을 초래한 것.

◇ 朴 대통령 혼자만 앉아 선글라스?...中 사전에 ‘준비해라‘ 공지

황금색 상의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박 대통령의 모습은 텐안먼 성루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박 대통령이 입은 황금색 상의는 중국에서 황금색이 가지는 함의를 고려한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황금색은 황제의 색으로 복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에서 빨간색과 더불어 선호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선글라스를 낀 장면이 중계되면서 박 대통령만 선글라스를 낀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다. 청와대는 “성루 위에 햇빛 가리개가 없어 사전에 중국 측에서 선글라스 준비하라는 안내가 있었다”며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사열을 마치고 성루로 돌아올 때에 맞춰 다른 정상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를 착용했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상들뿐 아니라 시 주석의 왼편에 선 중국 고위 간부들이 선글라스 낀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들은 서서 관람했고, 박 대통령은 무표정하게 앉아서 참관을 했다. 박 대통령이 이같이 앉아 열병식을 참관한 것은 전승절 참석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반대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열병식 도중 중국 측 안내를 받으며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중국 원로들, 각국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열병식 도중 정상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이동하거나 자리에 앉도록 사전에 고지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조우는 불발로 끝났다. 이날 최 비서는 최근 냉랭한 북중 관계를 반영하듯 텐안먼 성루에 있는 시 주석의 오른쪽 끝에 있었다. 시 주석과 가장 먼 거리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