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몰린' 현대차 삼성동 사옥 '잡페어' 가보니…

현대자동차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사옥에서 채용박람회 '잡페어'를 열었다./사진=박상빈 기자

"답은 모두 여러분 마음속에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현대자동차가 있는지, 현대차 (252,500원 ▲3,000 +1.20%)를 취업을 위한 곁다리로 볼 것인지 정답이 있을 거예요. 그 정답에 따라 판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장무정 현대자동차 인재채용팀장이 4일 현대차 취업준비생을 앞두고 '공채 합격을 위한 자세'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장 팀장의 후배가 되기를 꿈꾸는 준비생들의 손이 바빠지고, 눈빛이 반짝였다.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처음 열린 잡페어 성황=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옛 한전부지에 들어선 강남사옥의 첫 출발을 취업준비생을 위한 행사로 시작했다. 2011년 시작돼 올해 8회째를 맞은 '현대차 잡페어 시즌8'이 이날 이른 아침 시작됐다. 현대차는 하반기 채용에 대한 지원자들의 이해를 돕고, 관련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번 행사를 열었다.

취업준비생에게 처음 공개된 현대차그룹 강남사옥에는 입사 면접을 하러 온 듯 검은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한 지원자부터 반바지를 입고 모자를 쓴 여학생, 손을 맞잡고 온 커플까지 다양한 젊은이들이 찾았다. 야외에 전시된 제네시스, 벨로스터, i30, 쏠라티 등 현대차의 차량들을 타보거나 살펴보는 지원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방문한 취업준비생들의 손에는 현대차가 제공한 행사 브로슈어와 다이어리가 들려있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이번 하반기를 위해 현대차가 내건 슬로건 '투 더 베이직'(To The Basic) 문구와 '本(근본 본)'이 새겨진 마스코트 캐릭터가 많이 보였다. 현대차는 '일·사람·직장'에 대한 '기본'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게 이번 채용의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4일 연 '잡페어'에 마련된 직무상담 공간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현대차 현직 직원들과 직무에 대해 질의응답하고 있다./사진=박상빈 기자

대리급 이상의 현직 직원들이 상담자로 나선 직무상담 공간에서 하반기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플랜트 △개발 △전략지원 등 크게 3가지 부문의 상담이 이뤄졌다. 각 공간에는 원하는 직무 정보를 얻기 위한 지원자들이 의자에 앉거나 둘러 서서 현직 선배들에게 직무내용을 묻고 들었다.

◇질의응답 시간 '열기 후끈'=한 지원자가 플랜트 상담 공간에서 '품질·구매' 직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묻자 현직 선배는 "협력사와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외 관계를 중시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수첩에는 현직 상담자들의 설명이 빼곡히 적히고 있었다.

직무와 관련된 정보 외에 "야근과 주말 근무는 많이 하나요" 등의 솔직한 질문도 쏟아졌다. 질문 내용에 따라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플랜트'와 '개발' 부문보다는 영업과 마케팅, 경영지원 등의 직무가 포함된 전략지원 부문에는 여성 취업준비생이 몰렸다.

이날 행사에서 단연 인기를 끈 프로그램 중 하나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대강당에서 마련된 행사장에서는 주요 임원들과 인재채용팀장의 강연이 이뤄졌다.

조미진 현대차 리더십개발실 상무는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이기춘 연구개발기획실 이사는 현대차의 R&D(연구개발)에 대해 소개했다. 류창승 국내커뮤니케이션실 이사대우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현대차의 소통 방식에 대해 강연했다.

장무정 현대차 인사채용팀장이 4일 열린 현대차 잡페어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채용과 입사를 위한 절차에 대해 질의응답했다./사진=박상빈 기자

특히 취업준비생들의 발걸음이 몰렸던 강연은 정오에 진행된 장무정 인재채용팀장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강연장에는 자리 부족으로 바닥에 앉은 이들부터 출입구에서 서서 강연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장 팀장은 이번 잡페어에 대해 "현대차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채용 과정을 많이 이해하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행사장 지원 직원들의 수가 기존 90~100명에서 160명으로 늘었다.

◇기본 중시…"열정으로 승부하라" 조언=2000년 입사한 공채 1기 출신 장 팀장은 32기 공채를 지망하고 있는 지원자들에게 "이전에는 채용이 뽑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걸러내는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지원자의 역량이 높아 그런 게 불가능해졌다"며 "어떤 사람을 뽑을지 회사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현대차의 채용 슬로건인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직장에 대한 기본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식에 있고, 직업에 대한 기본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에 있다"며 "사람을 대하는 기본인 소통과 배려, 예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공채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과 질의응답에도 나섰다. 장 팀장은 과거 지원 이력이 있다는 지원자에게는 "면접관이 바뀌므로 3수와 4수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며 "실제 4수 지망생이 입사한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어학성적의 경우는 토익과 토플 등 시험 성적이 높다고 가점은 없다고 밝혔다. 또 자기소개서에 대해서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과 '무언가에 몰입하고 열정이 있었던 사례', '채용담당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내용' 등을 기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질문이 많이 나온 채용과정의 '역사에세이' 평가에 대해서는 "정답을 요구하는 평가가 아니다"며 "이전 채용에서는 중립적인 성격의 답변이 많았는데 지원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솔직히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의 있게 내용은 써야 한다"며 "2~3줄로 답을 쓰는 것은 지양해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0~3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파악했다. 현대차 플랜트 기술 부문을 지원하는 A씨(27)는 "직무상담 기회를 통해 플랜트 기술에 대한 직무 궁금증이 풀렸다"며 "자기소개서와 역사에세이 등 채용절차 등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