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딛고 싶었던 파도속 '꼬마 난민'…세계가 눈물짓다

/ 사진=트위터

난민선이 전복돼 터키 해변에 떠내려온 세살배기 아이의 죽음에 전 세계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도안통신은 한 경찰관이 터키 휴양도시 보드럼 지역 모래사장에 엎드려 누워있는 어린아이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이제 겨우 3살인 아일란은 가족들과 엄마 리한 쿠르디(35), 형 갈립(5세)과 함께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빠 압둘라 쿠르디(40)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아일란의 사진은 주요 외신을 통해 보도되며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겼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인류 재앙의 작은 피해'라고 보도했고, 미러지는 '참을 수 없다(Unbearable)'고 표현했다.

전 세계 누리꾼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사진이나 추모 작품과 함께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KiyiyaVuranInsanlik·Humanity washed ashore)'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여 공유하고 있다.


한 이미지는 마치 엎드려 잠든 것 같은 자세로 발견된 아일란을 침대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아일란이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는 그림, 아일란의 등에 천사의 날개를 그려 넣은 그림, 아일란에게 구명튜브를 던지는 그림, 아일란의 영혼이 같은 날 숨진 어머니의 영혼과 만나는 듯한 그림도 있다.

유엔 회의장 원탁 가운데 아일란의 시신을 합성하거나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원탁 중간에 누운 아일란의 모습을 외면하는 모습을 그리는 등 국제기구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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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인 쿠르디의 가족은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피해 IS가 점령한 시리아 북부에서 육로를 통해 터키로 탈출한 뒤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섬으로 피난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쿠르디 가족이 탄 배는 터키 해안에서 전복 사고를 당했다. 이들과 함께 배 2대에 나눠탔던 23명 중 생존이 확인된 것은 9명 뿐이다.

쿠르디 가족은 지난해 IS가 코바니를 침공하자 터키로 피난을 떠났다. 그러나 유엔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터키 정부도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 수요에 소극적이던 영국 정부의 태도까지 바꿨다. 3일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던 캐머런 총리는 아일란의 사진을 본 후 "영국은 도덕적인 나라이며 우리의 도덕적 책임들을 이행할 것"이라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한편 터키정부에 따르면 이번주에만 에게해에서 4만2000명의 난민이 구조됐다. 이는 지난주의 2160명 뿐 아니라 올 들어 5개월간 구조된 난민수 보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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